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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출석까지 불러야 하나

등록일 2013-04-29 00:25 게재일 2013-04-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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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출석을 점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본회의 사회를 맡은 민주통합당 소속 박병석 국회 부의장이 오후 2시 본회의 속개시간까지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들 이름을 일일이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출석 체크 결과, 당시 본회의장 자리에 앉아있는 의원은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59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상 최악의 고비용·저효율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18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며 새 정치를 약속했던 19대 국회에서 의원들 출석 점검을 하는 현실이 반복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쇄신을 경쟁적으로 다짐하며 유권자 앞에서 한껏 몸을 낮췄던 정치권이 아니었던가. 해머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고,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것만이 구태가 아니다. 비록 사소한 일이라도 국민의 위임을 받아 응당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소홀히 한다면 그게 바로 청산해야 할 구태요, 악습이다. 국회가 회기 중에 총리와 국무위원을 출석시킨 가운데 국정 전반에 관해 질의하는 대정부 질문은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다. 국회의원으로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나라 안팎의 여건이 녹록지 않아 새로 출범한 박근혜정부를 상대로 따져묻고 주문할 일도 산적해 있는 시점이다.

여야가 특권 내려놓기의 개혁 카드로 제시한 방안은 국회의원 연금폐지, 겸직금지, 세비 삭감 등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는 이를 시행하기 위한 관련 법안 처리에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원 무노동 무임금제`도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었고, 작년에 국회 개원이 늦어지자 실제로 세비를 반납한 일도 있다. 그마저도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세비 반납을 `인기영합적 쇼`라고 깎아내리며 엇박자를 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한 다짐이나 약속이 아니다. 본연의 의정활동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에 1차적으로 부응하는 일이다. 의원들이 국회가 열리면 본회의장이든 상임위 회의장이든 정시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국정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세비가 아깝다는 비난과 지탄이 쏟아질 리 없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여의도 입성을 계기로 정치쇄신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렇다고 여야가 또 경쟁하듯이 실천하지도 못할 쇄신방안을 내놓으려 해선 안된다. 본회의장이 텅텅 비어 출석을 점검 당하는 부끄러운 일부터 없애는 것이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길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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