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폰 멘첼은 19세기 독일의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이다. 그 거장에게 청년 작가 한 사람이 찾아왔다. 성품이 급하고 그림 실력은 그럭저럭한 이였다. 초조한 표정의 젊은 화가는 멘첼에게 물었다. 한 장의 그림을 그리는 데는 하루도 안 걸리는데, 파는 데는 왜 일 년도 넘게 걸리느냐고. 멘첼이 대답은 명쾌했다. 하루 만에 그리던 것을 일 년에 걸쳐 그려보라고. 그러면 금세 그림이 팔릴 거라고. 멘첼의 충고를 받아들인 청년은 태도를 바꿨다. 욕심을 버리고 기초부터 다졌다. 하루의 치기를 일 년의 노력으로 대체했다. 청년의 그림이 한나절 만에 팔린 것은 당연지사였다.
바라기 전에 갖추고, 갖추기 전에 버려야 길이 보인다. 욕심을 미루고 기본을 쌓는 것보다 나은 자기계발은 없다. 멘첼의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이 있는 거실 그림을 보여주며 자기계발 강사가 말한다. 거장의 붓질을 기억해라. 저 흰 커튼의 펄럭이는 생동감과 저 마루를 내리찍는 광선의 각도를 위해 얼마나 숱한 붓질이 있었는지를. 그 맘이어야 하룻밤 새 팔릴 그림을 꿈꿀 수 있다고.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