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참으로 솔직하기 힘든 게 사람이다. 여우와 신포도 이솝 우화가 그 좋은 예이다. 너무 높이 열려 따먹을 수 없는 포도는 여우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저 포도는 분명 신맛일거야. 못 먹는다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급기야는 정보를 왜곡해버린다. 비겁의 커튼 뒤로 숨어 자기 위안을 도모한다.
이런 일은 수없이 겪는다. 내가 추천한 맛집의 위생 상태가 엉망인데도 `음식이 깔끔하다`고 설레발을 치는가 하면, 내가 읽자고 한 책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도 `밤새 눈시울을 적셨다`고 거짓 감상을 유도한다. 내가 산 냉장고가 더 비싼 데다 소음도 심하지만 디자인이 좋고 실용적이라고 떠벌인다. 저 직장을 포기하고 이 직장을 선택한 것이 후회스럽지만 저 직장은 분명 복지 혜택이 부족할 거라며 자기 위안을 한다.
이 모든 건 스스로의 약점이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 방어 때문에 일어난다. 어떤 부조리한 상황에 부딪쳤을 때 행동으로 맞서기보다 스스로의 태도나 신념을 바꿔버리는 경향을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이러한 인지부조화는 외적 당당함과는 달리 내면적 갈등을 야기한다. 한편 인지부조화를 거치지 않고 바로 행동 수정을 한다면 이 또한 너무 이른 자기 성찰로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솔직해도 자책에 빠지기 쉽고, 스스로를 너무 보호해도 자기기만의 우물에 허덕일 수 있다. 솔직과 포장의 적당한 경계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사는 게 만만찮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