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관 살인 사건`, `패팅턴 발 4시50분` 등 아가사 크리스티의 몇몇 작품에 나오는 아마추어 탐정 이름은 `미스 마플`이다. 마을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뜨개질이나 수다로 하루를 보내며 늙어가는 노처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날카로운 관찰력과 경험에서 오는 직관의 힘 때문이다. 미스 마플을 접할 때마다 아가사 크리스티 자신이 투사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보곤 하는데, 그녀의 간단 평전을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불꽃 같이 산 그녀지만 크고 작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남편의 바람기가 원인이 된, 자작극 성격의 실종과 그로 인한 기억을 놓아버린 일은 결점과 균열투성이 그녀 인생의 상징적 코드가 되어버렸다. `멋지게` 인생을 탕진하고 죽은 아버지, 가난 속에서 집착적 사랑을 쏟는 엄마, 예견된 결핍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가 아니었을까.
평화로운 세상을 원했으나 욕망 또한 완전히 놓아버릴 수 없었던 그녀의 삶은 늘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웠다. 어린 시절 누군가 산 채로 잡아서 모자 깃에 꽂아준, 몸서리치는 나비의 날갯짓을 기억하는 일, 그 섬세한 통증 하나하나를 지우기 위해 작가는 플롯을 짜고, 등장인물을 만들고 마침내 미스 마플 같은 매혹적인 해결사를 탄생시켰는지도 모른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현실적 삶이 굴곡 많았기에 책 속의 미스 마플은 그토록 빛날 수 있었다.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빛나는 인물은 창조된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