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의 김정일 최고 통치권자의 갑작스런 사망 후 조문 받는 김정은의 모습이 떠오른다.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을 받는 그의 모습은 그의 조부 김일성을 연상시킬 복장과 헤어스타일로 등장하였다. 장례식 당일 눈으로 뒤 덮인 금수산 의사당 앞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운구 행렬을 뚜벅뚜벅 선도하던 그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그의 이복형 정남과 친형 정철을 제치고 새로운 수령이 됐지만, 당시 29세의 지도자의 모습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2012년 5월 새로운 지도자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은하수 예술단 가수 출신의 부인 이설주와 동행한 그는 김정일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 커풀 시계를 차고 팝콘을 먹으면서 주민들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습에서 북한체제의 새로운 변화를 예감케했다. 그는 연로한 당 간부, 고모 김경희 등과 놀이 공원에서 궤도 회전 열차를 타고, 때때로 공연장을 찾아 `미키 마우스`의 공연을 감상하기도 했다. 은둔자 김정일과 달리 군중집회에서의 대중 연설은 과거 김일성의 모습을 다시 연상케 했다. 미국 농구 선수 로드먼과 영어로 대화하고, `인민들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그의 주장은 달라진 지도자의 모습을 대변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후의 그의 얼굴은 호전적인 모습으로 변모됐다. 연일 고사포 부대를 방문하고, 미국과 남한에 대해 퍼붓는 선전 포고는 20대 청년의 앳된 얼굴은 사라지고 완전히 도발적인 독재자 모습이다. 조선 중앙 텔레비전은 그가 군부 최고 측근들과 심야 작전 회담하는 모습뿐 아니라 백령도 인접 최전선 시찰 장면까지 노출했다. 괌과 하와이의 미군기지, 미 본토까지 도달할 미사일을 발사 준비를 완료했다고 선언하고, 개성 공단의 출입까지 봉쇄했다. 그의 이같은 행보는 `벼랑 끝 전술`과`충격외교`의 극치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김정은의 양면적인 얼굴을 찬찬히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그의 인민들에게 비치는 여유롭고 웃음띤 얼굴은 선대의 `인덕 정치`의 유훈 관철용이며, 내치용 상징조작형 모습일 뿐이다. 그에 비해 최근 그의 굳어진 얼굴은 선군 정치의 실제를 내외에 선포하기 위한 격한 모습이며, 일종의 위기 타개용 얼굴이다. 물론 그 연출자는 고모부 장성택과 군부 강경 세력이다. 그의 얼굴은 안정모드와 전쟁모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 사태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15)을 지나면서 완화될 전망도 있지만 그렇게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다. 그러므로 4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사태도 재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위기사태 수습이라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이번의 사태도 결국 협상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북한이나 미국, 우리 3자에게 아무런 실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문제이지 사태는 협상으로 진정될 전망이다. 이러한 협상재개시 북한의 빈번한 군사 모험주의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대미 강경 노선을 펴면서도 미국을 향해 정전 협정을 대체할 `평화 협정`체결을 계속 요구해왔다. 이를 통해 김정은 체제안정을 보장받고 싶은 것이다. 미국 역시 대북 대화와 협상이라는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 국무장관인 존 케리 역시 겉으로는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지만 협상론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새 정부의 안정적 경제 발전과 관리를 위한 협상외의 방도는 없다. 집권 여당의원의 대북 특사 파견 제안이나 야당의 정부의 대북 강경 대응 비판과 대화 제의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박근혜정부의 대북 신뢰 프로세스도 이러한 연계 구도에서 실천적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