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설치 기기 99% 화질 안좋아 사람 식별 어려워<br>숫자 태부족에 관리도 엉망… 폭력 인지사례 `전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설치된 CCTV가 있으나 마나한 것으로 드러나,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11일 또래 친구들의 폭력과 괴롭힘을 못 이겨 아파트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북 청도 모고교 1학년 최모(15)군의 유서에는 CCTV가 학교폭력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군은 유서에서 “CCTV 조차도 날 지켜주지 못했다. 학교폭력을 없애려면 CCTV를 더 많이, 더 좋은 것으로 설치하거나 혹은 판별이 될 수 있을 정도의 CCTV를 설치해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또 “주로 CCTV 없는 곳이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어려운 곳 등 이런데서 맞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다들 돈이 없어서 설치 또는 교체를 못했다고 말하는데 난 그걸 핑계라고 생각합니다”고 적고 있다.
최군은 이어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100퍼센트 못 잡아내요. 반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여러 가지 시설들에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라며 “괴롭힘은 주로 그런데서 받죠”라고 CCTV에 대한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설치하고 있는 CCTV가 그냥 형식적으로 설치했거나, 화질도 안좋아 가해 학생을 판별해 내기가 쉽지않은 등 제도개선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그냥 보이기 위한 편의위주의 CCTV 설치를 지양하고, 사각지대를 없애 실질적으로 학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설치돼야 할 걸로 지적됐다. 또 화질을 개선해 가·피해학생이 또렷이 구분될 정도로 선명도 문제도 신경써야 할 걸로 지적됐다.
실제 경북지역 대부분의 학교에 설치돼 있는 CCTV는 사람이나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는 50만화소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각 일선학교에 설치된 8천792여대중 50만화소는 달랑 47대(0.5%)뿐으로, 99.5%이상이 사람 식별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CTV가 설치된 곳도 방향설정이 부정확하거나 주변에 장애물 등이 가로막고 있어 제대로 촬영이 안되는 곳도 많고, CCTV 설치 대수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각급 학교에서는 상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아 사고 발생 때 즉각 대처가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실제 경산의 모 중학교 교사는 “교내의 CCTV는 식별 뿐 아니라 관리가 매우 부실한 걸로 알고있다. 아마 상당수 CCTV는 고장으로 인해 녹화가 되지 않거나 작동되지 않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설치된 CCTV로 학교폭력을 인지했다는 통계 자체도 없어 사후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북교육청은 CCTV설치후 이로인해 학교폭력을 알고, 선도했다는 통계자체는 아예 없다고 밝혔다.
본지가 학교 CCTV의 실태에 대한 현장 확인을 위해 포항지역의 중·고등학교 5곳에 취재요청을 했으나 이들 모두 “학교 내부에 설치된 CCTV에 관련된 정보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며 단호히 거절했다. 포항의 한 중학교 관계자는 “학교에 담벼락이 사라진 이후부터 학교폭력 및 성폭력 방지를 위해 CCTV를 설치해 운영중이다”며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못박아 CCTV의 운영 자체가 겉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이에대해 경산의 학부모 최모(48)씨는 “이번 사태로 볼때 교육청은 그냥 보여주기식 행정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며 “CCTV를 설치했으면 관리자체도 제대로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박동혁기자 mywa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