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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강압적인 대면식 문화 이대로는 안된다

등록일 2013-03-11 00:03 게재일 2013-03-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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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주에는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입학식이 있었다.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봄이 되면 대학의 문은 활짝 열려 새로운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꿈과 희망을 간직한 학생들이 첫 관문을 통과해 영광스러운 입학식을 갖게 된 것이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허리가 휘지만 자녀를 입학시킨 부모들도 흐뭇해하고 본인들도 달라진 대학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리둥절한 것 같다. 그러나 입학을 전후하여 이루어지는 신입생과 선배들의 대면식은 우리의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일전에 평소 존경하는 어느 교장 선생님으로 부터 다급한 전화와 왔다. 모 대학에 합격한 사랑하는 딸이 입학식도 하기 전에 학교에 소집돼 학과 선배들로 부터 참기 어려운 기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품이 훌륭한 그분은 격앙된 목소리로 도저히 이 일을 참을 수 없어 총장실을 찾아가 항의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알아보고 적절히 처리할 터이니 안심하라고 위로하면서 전화를 끊은 적이 있다.

언제 부터인가 우리 대학 캠퍼스에서는 신입생과 재학생들의 대면식이 유행하고 있다. 대면식은 원래 고교를 갓 졸업한 병아리 신입생들에게 학과를 소개하고, 선후배가 앞면을 터서 대학 생활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것을 좋게 보면 서로 무관심하고 인정이 메말라 가는 각박한 우리 현실에서 선배의 후배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여길 수 있다. 오히려 새내기의 대학 생활의 적응을 위해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면식이 원래의 취지나 궤도에서 이탈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것이 강압적인 대면식으로 변질돼 학내외 지탄의 대상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 캠퍼스에서나 새내기들이 목에 명패를 걸고 선배들의 인솔하에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마치 군에 갓 입대한 신병들이 조교의 명령에 따라 행렬하는 옛날의 모습이 연상된다. 일부 대학에서는 선착순 달리기, 단체 구호, 군대식 오리걸음, 얼차려 등 강압적 대면식이 이루어진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회식 자리에서 강제적으로 술을 강요하는 대학의 지나친 음주 문화는 부끄러운 대학의 모습이다. 이러한 강압적인 분위기를 참지 못한 신입생이 입학을 후회하고 자퇴까지 고민한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며칠 전 어느 대학에서는 과도한 음주로 신입생의 사망 사고까지 있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상당수 대학에서는 이러한 강압적인 대면식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니 다행스럽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계열이나 전공에서 이러한 잔재가 남아 있는 듯 하다. 그들은 새내기에 대한 강압적인 대면식 문화를 소속 학과나 전공의 전통이라고 강변한다.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이며, 잘못된 처사이다. 강압적인 대면식 문화는 명령과 복종이라는 군사 문화의 소산이며,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군국주의 폐습이다. 이것은 우리 군대에서도 엄격히 금지하는 악습이며, 대학생들이 하루 빨리 청산해야할 과제이다.

시대는 저만 큼 앞서가는데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이러한 대면식 문화를 고치지 못한다면 어찌하겠는가. 일부 학과에서는 대면식에서 고질적인 음주 문화를 아예 없애고 건전한 게임 문화로 바꾸고 있다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차제에 각 학과의 전통이나 전공에 맞는 흥미로운 대면식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학 당국이나 교수들도 세심한 지도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 선후배의 첫 대면식, 신입환영회, MT등에서 이루어지는 강압적 문화, 잘못된 음주 문화는 시급히 청산돼야 할 숙제이다. 우리의 대학 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건전하고 지성적인 대학 문화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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