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행복`이라는 단어를 유별히 많이 사용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누구나 취임사에서 국민을 위하여 일하겠다는 뜻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국민행복 시대`를 국정의 최고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행복`이 취임사의 중핵 단어로 사용했다. 이번 취임사에서 무려 20회나 사용한 `행복`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은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싫어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유행가가 있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잖아요`라는 노래는 꽤나 우리 귀에 익은 가사이다. 자칫 잘못하면 행복이라는 추상 명사는 국민들에게 공허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우리의 가슴에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동안 우리의 민생이 너무나 각박했기 때문이리라. 지난 대선에서 `행복`이란 희망적인 단어가 박근혜 여성후보의 이미지와 결합돼 정치 슬로건으로서는 매력적으로 들려 많은 지지를 닫은 것이다. 이제 국민 행복을 무엇을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보장하는가가 박근혜 정부의 우선 과제이다.
불행히도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32위로 마크돼있다. 우리의 행복 지수는 최상위 국가인 덴마크나 오스트레일리아, 노르웨이와는 비견될 수 없을 만큼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는 GDP 규모 면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1조 달러를 넘어 세계 8위의 무역 강국, 올림픽 5위 국가치고는 행복지수가 턱없이 낮은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물론 행복지수가 국민 개개인의 삶의 만족도라는 주관적인 성향이 강해 객관화, 계량화하는 데 한계가 있음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의 국민 행복 시대의 단초는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국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 물질적 풍요는 행복의 필요조건이며, 충분조건이 될 수 없지만 우리는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새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 기반 시설과 복지 정책을 통해 국민 행복 창출의 물질적 필요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와 복지가 대선 후보 공약의 중심이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 서다. 박 대통령은 보육과 교육비, 의료비, 실업, 집값, 노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것이 국민 행복 지수를 높이는 기본 조건이며,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과 복지의 증진만으로 국민의 행복지수는 갑자기 상승하지 않는다. 국민의 행복은 국민 개개인의 행복에 대한 주관적 자기 만족도이기에 물질적 경제적 수단만으로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근원적인 처방은 여러 방도에서 찾아야겠지만 우선 우리 사회가 공정한 정의로운 사회가 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상대적 박탈감이 팽배한, 불안정한 사회이다. 외국에 한 달만 갔다와도 인천 공항에서 부터 온통 시끄러운 골치 아픈 사회가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자살 율이 세계 1위, 교통사고 율 세계 3위라는 부끄러운 현실이 이를 잘 입증한다.
정부는 물질적 부의 창출과 함께 분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벼락출세를 하려는 성취지향형 국민이 넘쳐 나고, 아직도 해묵은 좌우의 이념 갈등이 현존하는 곳에서 공존과 행복의 사회는 기대하기 어렵다. 탈세, 지하 경제, 전관예우, 줄서기, 불법과 탈법, 비리, 부정부패 등 사회 병리가 구조적으로 자리 잡은 사회에서 결코 국민의 행복지수는 높아 질수 없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제2의 한강의 기적이 정신적 도덕적 혁명으로 승화될 때 진정한 국민 행복시대는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