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이 바로 서야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선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다. 여기저기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 불감증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니 정말 깨끗한 장관후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자녀나 본인의 병역 의혹 등이 이제 다반사가 됐다. 여기에 더하여 업무 추진비 유용, 전관예우 논란, 특혜 의혹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문회라는 법적 공적 절차가 없었더라면 모두가 묻혀버릴 사안들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청문회의 총리를 비롯한 장관 후보뿐 아니라 이 나라의 각 분야의 고위 공직자의 도덕 불감증이 만연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 나라에 청백리 공직자는 사라진지 오래고, 존경 받을만한 고위 공직자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하는데,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탈선과 비행, 위법과 탈법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신성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류탄을 터뜨린 현직 의원도 있고,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 사퇴 가능성이 높은 국회의원이 벌써 10여명이 넘었다. 며칠전에는 경찰 총수를 지낸 사람이 전 대통령 명예 훼손죄로 실형 선고되고, 법정 구속되는 사건까지 있었다.
여기에 더해 교육계의 고위 공직자의 비리와 탈선이 심각한 수준이다. 존경받아야할 교수들의 논문 표절 시비, 연구비 유용 등의 비리가 빈번히 노출되고 있다. 현직 교육감이 검찰조사 중 음독자살 미수 사건을 벌이고, 선출직 교육감 4명이 재직 중 비리와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여기에 더해 사학 재단 이사장과 총장이 공적 지원금을 유용하는 등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어떻게 하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한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몇 해 전 직접 대학생들의 의식을 조사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법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설문에 72.5%, `권력 있는 사람은 법을 어기고도 잘 산다`는 설문에 95.2%가 동의했다. 시중에 떠도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속설에 대해 청년 학생들이 전적으로 동의한 셈이다.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 신뢰 집단의 평가에서도 가장 불신 집단으로 `정치인`을, 그 다음으로 `법조인`과 `공무원`을 꼽았다. 청년 세대들의 기득권 세력과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은 지난 선거 결과에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충격적이 아닐수 없다.
공직자들의 탈선과 비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우선 고위 공직자의 비리는 우리 사회의 법치 질서를 무너뜨린다. 국가의 법과 제도에 관한 신뢰가 상실된 곳에 법치 질서는 기대할 수 없다. 전관예우가 관행화 되고, 법조인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가 곳곳에서 터지는 판에 국가 기강인들 바로 서겠는가. 고위 검찰 간부가 구속되고, 법의 최후의 보루인 판사까지 비행에 가담하는 불신의 풍토에서 힘없는 민초들이 의지하고 기댈 언덕은 과연 어디일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국민 행복 시대`도 깨끗한 공직기강 확립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 부정과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척결은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공약의 공통분모다. 금반 인수위가 마련한 국정과제에 포함된 고위 공직자에 대한 특별감찰제는 형식이 아닌 실효를 거두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측근과 고위 공직자 비리가 국정의 최대의 실정임을 인식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는 고위 공직자의 비행과 비리부터 바로잡아 흩어진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그리하여 5년 후 퇴임 시에는 측근의 비리가 없고, 고위 공직자의 기강을 바로 세운 첫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