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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시대정신, 그리고 포항운하

등록일 2013-02-21 00:08 게재일 2013-02-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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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호 포항시장

포항제철소가 건립되기 전까지 동해안 최고의 명사십리를 품었던 송도와 포항인의 삶의 근거지로 빨래하고, 멱 감았던 동빈내항 일대는 한 폭의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로 찾는 이들의 마음을 훔쳤던 대한민국 명소 중 명소였다. 그러나 1960년대 말 포항제철소 건립이 본격화되면서 그 아름다웠던 자태들은 하나 둘씩 자취를 감췄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민족의 오천년 가난과 절망을 번영과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일념으로 `조국근대화`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제철보국을 이룩하기 위해 포항을 무려 18번이나 찾아 고 박태준 명예회장과 함께 구슬땀이 쏟아지는 건설현장을 독려하며, 영일만에 이어 한강의 기적을 창조해 나갔다.

당시의 시대정신은 근대화·산업화에 있었고, 이는 국정운영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환경훼손이 따르는 선개발 논리가 우선시됐다. 이로 인해 형산강과 동빈내항을 흐르던 물길은 끊어졌고, 그 위에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근대화의 상징처럼 덮어졌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금 근대화·산업화가 가져다준 소득의 증가, 생활의 개선과 편리함 못지않게 수질악화, 공해 등 갖가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단기간에 산업화를 성취한 우리는 다음 단계인 선진화를 향해 나아가야 했다. 포항 출신 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탄탄한 산업화를 기반으로 선진화를 통한 세계일류국가 건설을 기치로 변방의 대한민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성과를 낳았다. 출범 당시 선진화는 시대정신이자 이명박 정부의 핵심과제였다.

선진화는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있다. 그래서 대부분 도시들은 지금 환경우위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근대화·산업화 과정에서 훼손된 환경과 난개발을 복원하고, 더불어 급속한 도시팽창에 따른 구도심 슬럼화를 해결하는데 함께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포항운하는 `생태환경복원과 구도심재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21C형 도시발전 프로젝트이다. 원래 형산강과 동빈내항은 한 핏줄, 한 몸이었다. 하지만 지난 40년 넘게 그 핏줄이 막히면서 포항의 허파인 동빈내항은 호흡기능이 떨어져 결국 생명력을 잃으면서 피폐해졌다. 그러던 것이 지난 수년간 힘들었지만 성공적인 대수술을 통해 다시 핏줄을 연결했고, 이제는 `포항운하`라는 이름으로 한 몸이 되어 생명력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이렇듯 포항운하는 단순한 생태복원을 넘어 근대화·산업화 과정에서 상처받은 몸을 보듬고 가꾸는 것은 물론 잃어버린 역사와 문화를 되살려 포항을 보존의 문화, 생명의 문화가 흐르는 친환경문화도시로 진화시켰다. 그간 소외되었던 구도심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통합과 화합의 의미도 띠고 있다. 포항운하는 오랫동안 단절됐던 물길을 잇고, 그 물길을 따라 형산강과 동빈내항이 소통하면서 그야말로 통합과 화합의 어울림이 되어 함께 따뜻하게 성장하는 참세상의 모습을 우리에게 여과 없이 보여줄 것이다.

때마침 닻을 올리는 박근혜 정부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오늘날 시대정신인 `국민 대통합`을 국정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우연히도 포항운하는 우리의 오천년 가난을 넘어서기 위해 아버지가 불가피하게 막았던 물길을 딸이 대통령이 된 오늘에 와서 다시 트는 역사적 사건이 되고 있고, 이는 또한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흐르는 소통과 통합과 화합을 상징하는 첫 물길이 되고 있다.

포항시민들은 국민대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시작, 대통합과 화합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포항운하의 힘찬 출발에 포스코 신화와 `산업의 쌀` 철강 역군의 주역인 포항시민과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포항운하를 닮은 진정한 소통의 지도자로,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기를 누구보다 성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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