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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前 학사모 꿈 이뤘습니다”

윤경보기자
등록일 2013-02-20 00:08 게재일 2013-02-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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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대 `만학도` 황병조씨 특별모범상<br>군·회사서 학력 차별에<bR>   늦깎이 대학 생활 결심<br> 세무부동산계열 학위 받아

“70세가 되기 전에 만학도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

지난 15일 포항대학교 평보체육관에서는 제59회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그런데 학위 수여식 시작 전 한 노신사 한 명이 들어왔다. 손자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한 졸업생의 할아버지 정도로 생각했던 학생들은 잠시 후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11시께 학위 수여식이 시작되자 그 할아버지는 사각모를 쓴 주인공이 되어 있었기 때문. 만학도의 꿈을 이룬 사연의 주인공 세무부동산계열 졸업생 황병조(68·사진) 씨는 모범상을 수상한 뒤 갑자기 “감사합니다”라며 큰절을 하기 시작했다.

황씨의 사연은 이렇다.

1946년 포항 북구 남송2리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출생한 황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흥해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지중학교에 입학해 신문배달일을 하며 겨우 중학교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황씨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월남전 참전을 결정했다.

소년병으로 입대한 황씨는 1년 동안 대전통신학교를 거쳐 육군 기술하사관의 역량을 갖춘 후 월남에 파병됐다. 성실한 군생활을 통해 황씨의 군복무 생활을 인정한 상관의 권유로 장교 진급의 기회를 얻게 됐지만 학벌의 걸림돌로 인해 제대를 하게 된다.

제대 후 고향으로 돌아온 황씨는 경북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를 1회로 졸업하고 포항의 한 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과 달리 진급이 늦어져 학력 차별을 실감하자 70이 되기 전에 꼭 학위를 받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포항대 세무부동산계열에 입학했다.

교수보다도 나이가 많은 입학생이지만 20대 초반의 동료 학우들과 고민을 나누는 동급생으로, 때로는 막걸리를 나누며 기댈 수 있는 친한 형, 오빠로서의 역할을 자처했으며 항상 이른 시간에 강의실에 도착해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등 수업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결국 황씨는 학과 교수의 추천으로 포항대 제59회 졸업식에서 특별 모범상 수상의 영광을 얻게 됐다.

졸업식 후 황씨는 “입학 당시에는 학업을 마치지 못한 것으로 인한 한을 풀기 위해 입학했는데 대학생활에서 즐거움을 느꼈으며 새로운 인생의 의미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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