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청문회를 기다리는 분들께 우선 축하와 함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처음으로 도입된 인사 청문회 때문 공직의 기회는 물론 개인의 쌓아온 명예도 하루아침에 날려 버린 분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청문회를 통해 4명의 능력 있는 총리 후보가 낙마했고, 탈락된 장관 후보는 그보다 훨씬 많다. 금번 김용준 총리 후보와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의 사퇴는 아직도 개운치 않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사실 오는 25일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데도 첫 내각이 구성되지 않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청문회의 까다로운 절차를 두고 비판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사실 청문회가 공직 후보의 `신상 털기 식`일수도 있고, 후보 본인이 아닌 가족의 사생활까지 폭로하는 면도 있다. 사실 일반 시중서에도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 면서 청문회제도 자체를 혹평하기도 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청문회 법의 개정을 주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관 후보들은 비록 힘든 청문회지만 그 존치 이유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청문회는 주요 공직에 취임하는 자에 대해 그 업무 능력과 자질을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점검하는 절차다.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여야 후보가 모두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은 분산·축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입법부가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는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막아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보장한다는 청문회법의 취지에 여러분들이 동의하신다면 결국 준비하는 일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
그러므로 장관후보가 된 분들은 청문회 제도의 절차가 지금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청문회 제도는 공직자를 검증하기 위한 불가피한 장치이며, 국회가 정밀한 검증을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인사권 남용이 초래한 비극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해방 후 헌정사에서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측근인사의 과도한 충성 경쟁이 결국 정권의 종말을 초래했다. 그 모두가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이 초래한 비극의 일단이다. 현행 청문회제도하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고집스런 `고소영 인사`가 지금도 정권의 부메랑이 되고 있지 않나.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엄격한 인사 청문회 제도를 갖고있다. 청문회 전통이 오랜 미국은 FBI뿐 아니라 여러 개의 공 기관 검증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장관자리에 오를 수 있다. 미국도 인수위 차원에서 신상조사를 먼저 하고, 백악관 인사처, 대통령 자문위원회, 공직자 윤리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청문회에 회부되며, 그 기간도 우리보다 훨씬 길다. 심지어 공직후보의 과거 7년 동안 이웃의 평판까지 조사한다니 할 말이 더욱 없다. 미국의 장관 수명이 우리보다 훨씬 긴 것도 이러한 엄격한 청문회의 결과가 아닐까.
나아가 엄격한 청문회 절차와 과정은 이 나라 공직 기강의 확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될 때 공직의 꽃이라는 장래 장관을 희망하는 이 나라의 공직자들의 복무 자세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패가 만연돼 OECD의 국가 청렴도 지수에서 하위를 맴돌고 있다. 우리는 청문회를 통해 황희 정승과 같은 장관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청문회에서는 공직 후보로서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탈세, 병역 기피, 권력의 오남용 등 탈법을 점검하는 최소한의 도덕성 검증 장치일 뿐이다. 장관 후보들은 청문회을 위해 준비된 자료를 정직하게 발표해 국정 능력에 대한 합당한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 국민 행복시대를 여는 장관이 되시기를 충심으로 기원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