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자의 리더십은 원칙과 신뢰를 강조한다. 이러한 리더십은 당이 위기를 맞을 때 마다 구원 투수로 등판해 무사히 난관을 극복했며, 지난 대선 때에도 박 근혜후보의 승리의 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난번 여권에서 제안된 민생이나 복지 공약의 `공약 후퇴론` 이나 `공약 수정론`에 당선자가 직접 쐐기를 박은 것도 그의 약속에 대한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러나 당선자의 이러한 원칙과 소신의 리더십은 자칫하면 다원화된 사회에서 소통과 대화가 없는 독선과 오만의 리더십을 배태할 수도 있다. 당선자의 `나 홀로 인사`라고 비판받는 초기의 인사 방식은 그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우려까지 낳고 있다. 당선자의 입인 윤 창중 대변인의 선정은 그가 강조한 대탕평 정치나 대통합 정치와 상반된 결정이란 비판이 따랐다. 대변인이 되기 전 그의 언행이 지나쳐 정치권에 부정적인 앙금을 짙게 남겼기 때문이다. 또 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와 합의해서 임명했다고 믿고 있는 이 동흡 헌재 소장후보는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낙마의 위기에 처해 있다. 심지어 당선자가 직접 공개적으로 발표한 김용준 총리후보는 청문회에 가기 전 자진 사퇴로 결말이 나버렸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 전에 터진 일련의 공직 후보 추천 실패는 결과적으로 박 당선자의 원칙과 신뢰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깨끗하고 유능한 새 정부의 출범을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박 당선자가 이 명박 정부 출범때 `고소영 내각`으로 실패했던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지난 대선 후보 시절 박 당선자는 여러 곳에서 인사가 만사라고 강조하고, 각 분야의 가장 훌륭한 인재를 기용하겠다고 약속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유능하고 깨끗한 인사야 말로 박 당선자가 강조하는 100% 대한민국과 국민 행복 시대를 열어가는 단초일 것이다.
여러 언론 매체에서는 박 당선자의 인사 방식의 문제점을 지나친 보안과 소통 부재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야당에서는 `밀봉 인사와 깜깜 이 인사`가 초래한 당연한 귀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인사에 대한 사전 검증 장치를 엄격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이번 총리 후보의 전격 사퇴는 언론의 지나친 폭로나 야권의 비판적 공세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사전 검증의 부재라는 지적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현 이명박 정부가 마련한 청와대의 200여개 후보 검증 체크리스트라도 대입해 봤더라면 반복된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현행 국회의 인사 청문회 제도에도 다소 문제점은 있다. 국회 청문회제도가 박 당선자가 우려하는 대로 `신상 털기식` 청문회이고, 후보 자신 뿐 아니라 후보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그로 인해 경륜 있고 능력 있는 후보자들이 입각(入閣)제의를 거부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박 당선자는 청문회 제도의 개선을 위해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국회에서 비공개로 하고, 능력이나 정책 검증은 별개로 할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후보의 도덕성과 능력을 별개라고 보는데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선자의 평소 주장처럼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룰을 바꿀 수는 없듯이`어차피 이번 총리나 장관의 인사 청문회는 거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는 반복된 인사의 혼선을 말끔히 제거할 수 있는 참신하고 유능한 후보를 천거해야 한다. 세상에는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박 당선자는 비판받는 `나 홀로 인사`가 아닌 공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부터 작동해야 한다. 청와대의 인적 자료를 요청하거나 여론의 사전 검증을 통하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이러한 작업이 박 당선자가 추진해야할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