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관이 수백억원 대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 적법 여부조차 검토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니 어이가 없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경위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방폐공단은 지난 2011년 경주시 충효동 경주여중 인근을 신사옥 부지로 선정했다. 방폐공단측은 당초 이 사업을 위해 지자체, 시의회, 공단 관계자 등으로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1순위 후보지로 `충효동 부지`를, 2순위 후보지로 경부고속도로 경주 IC 진입로 입구인 `서라벌광장`등을 정했다. 이후 1순위로 정한 충효동 부지는 지주들의 과다한 보상요구 때문에 매입이 어렵다고 판단한 부지선정위원회는 방폐공단 사옥부지로 2순위 후보지인 서라벌광장을 낙점했다. 그러나 경주시의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이 부지는 경주 남산 경관을 훼손하고, 신라 천년고도 입구에 핵폐기물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설치되는 것은 도시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처럼 경주시의회 가 충효동 부지를 선택하도록 방폐공단측에 압박을 가하는 바람에 결국 방폐공단의 의사와 무관하게 충효동 부지가 사옥부지로 선정됐다.
이같은 논란후에 선정된 이 부지에 대해 방폐공단측은 지난해 3월 문화재지표조사를 완료하고, 문화재현상변경 허가를 위한 TFT 구성 등과 기본적인 절차를 거쳐 지난 12월 문화재청에 문화재현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사옥 신축이 사적 제21호 김유신 장군 묘와 인근 국립공원 화랑지구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고, 사적지의 안정적인 보존을 위해 현상변경을 불허했다. 또한 지난 2009년 인근 경주여중 신축 당시 `추가적인 현상변경은 하지 않겠다`는 당시 경주시와 문화재위원회의 합의도 불허 이유의 하나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방폐공단 사옥 건립사업을 추진하면서 국가기관의 `자율성`이 배제되고, 시의회가 개입해 결론을 내린 것이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 화(火)를 자초하게 됐다. 이제와서 책임소재를 가려봐야 방폐공단만 일방적으로 비난받게 됐고, 이 문제를 꼬이게 만든 경주시의회는 정작 법률적 책임이 없는 모양새가 됐다.
본지는 충효동 부지 `선정`에 대해 이미 `부적지`라고 보도한 바 있다. 경주시의회가 상당한 문제가 점쳐지는 부지를 선택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방폐공단이 마지못해 동조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관계기관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고,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