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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 살리면 취업도 진학도 쉬워진다”

이창훈기자
등록일 2013-01-21 00:10 게재일 2013-01-2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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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업인 양성 `대구산업학교`
▲ 선취업 후진학을 목표로 산업학교 학생들이 실습에 임하고 있다.

성서고 문희진 학생은 정확한 진로없이 고교생활을 하다가 성적에 맞는 아무 대학이나 가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산업학교에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는 다른 친구들이 수개월씩 비싼 돈을 들여가며 자격증을 딸 때 산업학교에서 무료로 자격증 공부에 올인, 제빵기능사, 제과기능사,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고 원하던 뚜레주르 성서점에 취업했다. 그는 현재 뚜레주르의 메인기사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만든 빵에 손님들이 만족해 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에 위치한 대구산업학교. 1991년에 개교해 23년의 세월동안 직업인을 양성해오고 있다. 하지만 산업학교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일선 학교 교사조차도 산업학교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산업학교는 일반고에 진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전문기술을 배우기 원할 경우 직업교육을 시키는 학교다. 직업교육을 희망할 경우 3학년 1년간 산업학교에서 위탁교육을 시켜 학생이 원하는 곳에 취업을 알선해 주고 있다.

무작정 대학에 진학해 백수 대졸자가 늘어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산업학교에 입교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선취업 후진학을 목표로 직업역군을 만들어 내고있는 대구산업학교를 찾았다.

일반계고 학생들에 1년간 기능·실습 위주 수업

조리·컴퓨터·제과 등 학생 선호도에 따라 학과 개설

재학생 자격증 취득률 97%… 올해 입학지원율 2.2대1

□ 지원율 늘어나

최근들어 고졸취업이 사회적화두가 되면서 마이스터고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과 궤를 같이하며 산업학교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대구산업학교의 경쟁률은 2013학년도에 270명 모집에 606명이 지원해 2.2대1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 1대1, 10년 1.11대1, 11년 1.45대1, 12년 1.81대1 등 해마다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호텔조리과는 4.4대 1의 경쟁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렇듯 경쟁률과 아울러 관심이 증폭되자 대구교육청은 직업교육학교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취업률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취업지원관을 지원, 취업성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교육과정은 실제 취업에 필요한 미용피부, 제과·제빵, 조리, 기계, 전자, 컴퓨터그래픽, 정보전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다. 한식·양식·일식조리기능사, 커피바리스터, 제빵기능사, 제과기능사, 미용기능사, 메이컵아티스트, 두피관리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CAD기능사, 컴퓨터활용능력 등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위한 흥미 있는 실습위주의 수업을 진행한다. 현재 자격증 취득률이 96.73%에 달하고 129명(47%)의 학생이 4개 이상 자격증을 취득했다.

대구산업학교는 기존의 일반계고에 다니는 학생들이 뒤늦게 직업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탁받아 1년간 운영한다. 기능과 실습위주의 수업을 한 후 선취업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업은 기존의 학교에서 2년간 한 후 3학년 1년 동안 이 학교에서 하고, 졸업장은 처음에 입학한 학교명의로 받는다.

비록 1년간의 과정이지만 수상실적도 뒤처지지 않는다. `2012 대한민국 국제요리 경연대회`에 금상을 비롯, 대구시장배 피부미용경진대회(2012.9.22)에서 대상 1명, 동상 1명, 장려상 3명, 경북도지사배 피부미용경진대회(2012.10.6)에서도 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각 대학 고교미용경진대회에서 44명이 수상하는 등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노보텔,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아웃백, 블랙스미스, 이훈헤어, 자연드림 등 우수산업체에 99명이 취업이 확정된 상태다. 276명의 졸업예정자 중 36%정도가 취업이 확정됐다. 이는 특성화고 취업률에 비해서도 적지않은 수치다.

대구산업학교는 공립학교로 실습비 및 교재비 등이 전액 무료이다. 매년 11월 중순이후 인문계고 2학년 재학생들에게 지원을 받아 전형을 하고있다.

김규욱 교장은 “최근 무조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면서 1년 전부터 입교를 문의하는 학생도 있고, 입교 후 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희망 속에서 더욱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교과과정에 역점

대구산업학교는 교과과정 개편에 역점을 둔다. 시대에 따라 학생들의 선호도가 변화면서 여기에 맞는 학과를 개설해,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계와 전산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미용, 조리, 제과제빵, 애니매이션, 웹디자인 등으로 학생들의 선호폭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동문고 이종민 학생은 평소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대구산업학교 컴퓨터그래픽과에 입교해 `가르손느`라는 회사 웹디자이너로 취업이 확정됐다. 그는 좋아하는 수업이라 교사들의 수업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그래픽 운영기능사, 정보기술자격 A등급, GTQ그래픽기술자격 1급, 전자출판기능사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고 웹디자인기능사 실기를 준비중이다. 작은 회사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하니 저절로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서 교육이 변하는 만큼 학교가 학생들의 수요를 파악해 대처해야 합니다. 시대에 뒤처진채 마냥 학생들을 따라오라고 하면 이 학교 본래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겁니다”라고 산업학교 최경묵 교감은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는 자연적으로 시대에 맞는 직업교육을 찾고, 여기에 맞는 교사양성 등에 중점을 두고있다. 하지만 아직은 여러 가지 홍보도 부족하고 예산문제 등으로 애로점이 있는 실정이다.

□ 걸어온 길

대구산업학교는 경북기계공고 부설로 지난 1991년 3월 4개과(기계과, 자동차과, 전자과, 전산과) 10학급에 입교생 526명으로 개교했다. 현재 건물은 경북기계공고내에 있다. 교장도 경북기계공고 교장이 겸임하고 있다.

이후 제과제빵과, 미용피부과, 조리과, 컴퓨터그래픽과, 정보전산과, 애니메이션학과, 호텔조리과 등이 순차적으로 생겨났다.

학교운영은 국가기술자격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 취업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자격증 취득률은 지난 2010년 84.8%, 11년 95.71%, 12년 96.73%로 오르고 있다. 취업률은 지난 2010년 4.26%, 11년 8.93%에 그쳤으나 지난해 36%로 급등했다.

학교는 과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일계 대학진학을 위해 이 학교로 오는 학생이 많았으나 이제 실제적인 취업을 위해 학생들이 오고 있어 취업률이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취업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취업 후진학, 사회적 분위기 조성 중요”

김규욱 교장

“사회 분위기에 따라 무조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고 있는것 같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에 매달리기보다 자신의 진로를 찾아 실사구시를 추구하고 있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산업학교 김규욱교장은 고졸취업이 화두가 되면서 산업학교로 학생이 몰리고 있는 것은 기형적인 교육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학부모의 의식 또한 개선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즉 인문고가 적성에 맞지 않아 산업학교에 입학해 취업을 해도, 학부모가 대학을 강권하며 학생을 자퇴시키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회적분위기를 개선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능을 익혀 취업에 성공한 후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공부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 만큼, 선취업 후진학의 사회분위기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즉 고등학교만 졸업하더라도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 김 교장은 예로서 포항과 울산의 근로자를 꼽았다. 포항과 울산에서는 포스코, 현대의 작업복을 입고 다니면 대우받는 것처럼 이러한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학교만 봐도 몇 년전에는 동일계 진학을 위해, 즉 대학진학용으로 오는 학생이 많았으나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확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매년 학기초에는 산업학교에 대한 문의가 수십통 걸려오는 것을 볼 때 사회의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지난해 9월 공모교장으로 뽑혀 경북기계공고와 산업학교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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