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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선거의 해가 가르쳐준 교훈

등록일 2012-12-31 00:07 게재일 2012-12-3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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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올 정초부터 시작된 4·11 총선의 열기는 12·19 대선까지 이어졌다.

이제 2012년 선거의 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선거 결과는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집권 여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후유증과 상처는 아직도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아직도 승리의 기쁨에 들떠 있는 사람도 있고, 선거의 패배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까지 있다. 우리는 두 번의 선거가 우리에게 깨우쳐준 교훈을 되새기며, 정치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실 대의제의 상징인 선거는 민주주의를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일종의 승자 독식의 네거티브 게임인 선거의 원천적인 한계라고 볼 수 있다. 헌정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이 나라 민주정치가 이 정도라도 발전된 것도 직선제의 결과이다. 그것은 과거 군부 독재시대의 `체육관 대통령`선거를 회상해보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 진다.

그러나 지난 두 번의 선거를 회상해 보면 부정적이고 밝지 못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지난 4월의 혼탁한 총선은 그만 두고라도 12월 대선은 지지층을 양분시켜 버린 점이 매우 안타깝다. 또한 선거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갈등뿐 아니라 세대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것은 박근혜 당선자가 내세운 `100% 대한민국`이나 `국민 대통합 정치`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결코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선거가 이 나라의 정치발전, 새 정치를 위해 상당한 교훈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선거는 유권자를 보수와 진보로 양분시켰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정당 정치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군소 보수 정당이 새누리당에 합당하고, 진보 정당이 선거 연합을 통해 민주당 단일 후보를 지지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양당 정치의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나아가 우리의 보수 정당은 이제 합리적 보수로, 진보 정당은 보다 열린 진보가 되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둘째, 이번 선거전에서 여야 모두 경제 민주화나 사회 복지 등 민생 정치가 정책적 이슈로 부각된 점이다. 여야 후보의 선거 공약이 상당 부분 일치한 것은 과거의 선거에서는 찾기 어려운 장면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여야는 재벌 개혁, 의료 복지, 권력의 분산 장치 등 정책적 공통분모를 시급히 실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대선에서 여성 대통령의 당선은 여권 신장과 함께 소수자나 약자의 정치 참여기회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념의 정치가 점점 희석되고, 민생 정치, 생활 정치가 점화되는 곳에서는 여성의 많은 정치 참여가 필수적이다. 여성과 약자의 정치 참여 확대는 정치 안정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넷째, 선거 종반의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 선거가 이번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의 유권자 의식이 여러 가지 뼈아픈 선거 경험을 통하여 성숙했기 때문이다. 과거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북풍이나 인신공격성 흑색 선전은 다음 선거에서는 더욱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제 탈도 많고 한도 많았던 선거의 해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선거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대선의 승자는 기쁨에 도취하기에 앞서 48%의 반대자들을 가슴으로 안아야 할 것이다. 패자는 겸허히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여러 번의 선거가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준 지혜이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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