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4월1일은 우리 포항으로서는 잊혀지지 않는 역사적인 날이다. 조국 근대화의 기치 아래 중공업의 초석인 일관제철소를 짓고자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라는 이름의 회사가 설립된 날이다. 그리고 2011년 12월13일도 잊지 못한다.`영일만의 기적`을 만든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서거한 날이다. 포항종합제철의 역사적 기공식에 섰던 세 분 가운데 마지막 한분이 떠난 날이 바로 일 년전 오늘이다. 전 국민의 애도 속에 영면한 박 명예회장의 업적이야 열거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우리 국민들 뇌리 속에 각인돼 있지만 우리지역과의 인연은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긴다.
영일만 모래벌에 `산업의 쌀`인 철(鐵)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운 것은 우리 지역에 천지개벽에 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땅에 근대화의 상징인 종합제철소가 세워진 것만으로도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주역이고 산 증인인 셈이었다. 거센 모래 바람을 맞으며`제철보국(製鐵報國)`과 `우향우정신(右向右精神)`으로 뭉친 건설역군들의 힘찬 전진 대열에 앞장 선 박태준 명예회장의 매서운 눈매와 유난히 짙은 눈썹이 더욱 생각나는 요즘이다.
거목으로 표현되는 그분의 정신이야 말로 오늘날 세계 8대 무역국가인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근본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많은데, 떠나신 그 자리가 크게 허전해 위대한 `박태준정신`을 더욱 선명히 기억나게 한다. `박태준`이란 이름 앞에 수많은 수식어가 붙지만 필자는 그를`선구자`라 칭하고 싶다. 헐벗고 못살던 시절에 미래를 내다보며 몇 걸음 앞선 생각과 과감한 실천으로 국가중흥에 앞장 선 도전정신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태준이즘`(박태준사상)의 하나가 아닐까! 그는 국민이 꿈꾸는 유토피아, 이상향 건설에 솔선수범했으며, 다음세대의 행복을 실현하는 실천가로서 미래 지향적 혜안으로 우리네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한 분이다.
서거 1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열리는 추모행사의 열기가 매서운 겨울바람이 무색할 만큼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를 잊지 못하는 애끓는 마음이 결집된 때문일게다.
포스코 태동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수많은 지역민들은 44년 전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를 기억하고 있다. 영일만 황량한 모래 벌에 우뚝 세운 제철공장의 용광로에서 시뻘건 쇳물이 쏟아져 나올 때의 그 감격스러운 순간들이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영일만의 기적`이라는 신화를 창조한 박태준 회장은 영면했지만 그가 창조한 `신화(神話)`는 아직도 살아있다. 인구 7만이 안되던 소도시에서 53만의 대도시로 변모하는 중심에 그 분이 있었다. 지금도 포항제철소 곳곳에 남아있는 그의 발자취에 누()가 되지 않는 최고의 글로벌기업, 포스코가 되기를 그를 사랑했던 모든 분들은 바라고 있다. 포항과 포스코, 포항시민과 박태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오래도록 빛이 바래지 않는 `청암(靑巖)`처럼 굳어지기를 그분도 바랄 것이다. 세태가 변하고 사람이 바뀌었다고 단단함이 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려운 지역경제를 위한 더 큰 사랑과 배려가 그 분의 포항사랑 덕목의 으뜸임을 포스코는 알아야 한다. 그 분이 남긴 고귀한 정신을 다시 새기며 `포항명예시민1호`였던 청암(靑巖) 박태준님에게 지난 8일 포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겨울여행 콘서트`에서 했던 조봉래 포항제철소장의 인사말을 올린다. 고인의 애틋한 포항사랑에 대한 우리들의 화답이었으면 한다. “초롱 들고 길 밝히오리다. 그대여, 그저 그대로만 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