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누구나 정상이 아니지. 하기야, 생의 경계에 정상과 비정상이 어디 있기나 하겠어. 원래 삶이란 게 달달하고, 환하고, 명쾌할 때보다 비리고, 우울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더 많거든. 퉁명스런 기질 이면에 슬픔과 아픔을 간직한 올리브를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아. 살다보면 그렇게 누구나 올리브가 되는 거지. 코끼리 같은 몸집의 올리브가 누군가를 삶의 구렁텅이에서 건져 올리고 있어. 먼저 아파 봤고 지금도 아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바닷가 절벽에 핀 야생해당화 향기가 코를 간질여. 누군가 고통스런 기억을 잊기 위해 그 꽃 꺾으러 발길을 옮기네. 아슬아슬한 그 흰 꽃 냄새 맡으려다 그만 가시에 찔리는 게 보여. 기어이 한 묶음의 꽃, 거실 테이블에 놓이는 걸 보며 올리브는 말하겠지. 슬픔이나 아픔을 견디기엔 꽃보다 나은 위무는 없다고. 가시 돋친 꽃일지라도 꽃이 주는 환희나 희망의 전언을 버리지 못하는 거지.
야생해당화 덤불 속을 헤매는 게 우리네 한살이야. 찌르거나 찔리면서 엉긴 가지를 헤쳐나가지. 그리곤 희거나 붉게 피어나는 꽃을 보는 거지. 시간은 흐르는 것이고, 삶은 견뎌내는 것이지. 오늘도 그 삶의 무게 때문에 힘겨운 이들은 소설집`올리브 키터리지`를 곁에 두어도 좋겠어.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