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임에서 한 어머니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초등학교 이학년 바른생활 문제를 풀어보란다. 이사 온 이웃집에서 떡을 돌렸다. 한 집에서 엄마 대신 아이가 떡을 받았다. 뭐라고 답례를 할까. 아이는 `뭐, 이런 걸 다….`라고 답을 적었다나. 선생님은 당연히 틀린 답으로 처리했다. 정답은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란다. 단답형 똑 떨어지는 답에 익숙한 우리의 교육 현실을 풍자한 것이겠지만 곱씹을수록 씁쓸하기만 하다.
수학 문제를 풀어서 틀린 답이 나오면 그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에서,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답일 뿐 틀린 답은 아니질 않나.
핀란드식 교육법이 새삼 떠오른다. 답의 옳고 그름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교육면에서 세계적으로 내로라하게 된 것은 열린 학습 방식 덕택이다. 학생들 저마다 가진 창의력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시험에서 정확한 답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으면 된다. 정답을 얻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답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깨치게 하는 게 우선이다.
자발성이 수용되고, 자율성이 보장될 때 그 집단은 진일보할 수 있다. 핀란드의 열린 교육정책을 보면 그들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이것이 정답이다 정해 놓고 그 답을 찾으라고 다그치는 대신, 정답은 `네 안에 있다`고 선언할 수 있는 날이 우리에게도 올 것인가.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