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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2-12-04 21:43 게재일 2012-1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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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용 화학조미료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착한 식당을 찾아나서는 종방 프로그램에서 그 실체를 알고 적잖이 놀랐다. 오늘은 중국집에 관한 취재였다. 몰래 카메라가 주방을 비춘다. 4인용 짬뽕을 만드는데 얼추 여섯 국자의 화학조미료를 쏟아 붓는다. 값싼 업소용 조미료엔 감칠맛을 내는 핵산이 덜 들어 있으니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단다. 안 쓸 수 없다면 덜 쓰는 방법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인다.

요즘 웬만한 가정에서는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건멸치, 다시마, 표고 등 천연 식자재로 내는 육수는 인공 조미료가 내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국이다. 가난한 시절의 입맛을 대신하던 인공조미료를 쓸 이유가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화학조미료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는 게 없어서`일 것이다. 식당의 존재 이유가 이윤 추구이니 딜레마이긴 하다. 정해진 가격 안에선 웬만한 고객을 확보하지 않고선 천연 육수를 써서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이다.

가격에서만 자유롭다면 천연 식자재만 써도 충분히 중화요리를 만들 수는 있다. 착한 식당으로 선정된 한 중국집 사장의 인터뷰가 눈물겹다. 어떤 식당이든 오래 일할 수가 없었단다. 인공 조미료를 덜 쓰려는 자신을 좋아할 리 없는 업주와의 마찰 때문이었다. 원하던 대로 자신의 가게를 냈고, 천연 식자재로 짬뽕과 짜장면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사장의 진심이 시청자에게도 통했는지 방송이 끝난 뒤 그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단다.

양심마저 천연인 그 식당이 호기심 서린 반짝 경기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다소 비쌀 수밖에 없었던 짬뽕 값이 내릴 수 있으려면 적정 수의 손님이 찾아주어야 한다. 천연 식재료를 사용하는 착한 식당의 본보기로 안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양심적으로 식당을 하기엔 사회적 여건이 어려운 것인지, 식당업을 둘러싼 여러 환경이 그렇게 부추기는 것인지 여전히 궁금하긴 하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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