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단계 중 가족 간의 갈등 부분이 있다. 학생들은 비교적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출한다. 멍석만 잘 깔아주면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내어준 자료지에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쓴다. 가족에게서 들은 상처의 말들을 적어 보는 코너가 있다. 내가 엄마로서 뱉은 온갖 악행(?)들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한 뒤, 자신들이 겪은 모욕적인 말들을 적어 보라고 하면 걸러지지 않은, 수위 높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흔하진 않지만 솔직함을 넘어 적나라한 가정사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에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부모에 대해 너무 심하다 싶은 자료지를 작성한 학생들이 있다. 언어폭력을 일삼는 부모가 있다는 반증이다. 부모가 내뱉은 상처 깊은 말 때문에, 불신과 원망으로 가득한 설문지를 작성한 아이들 앞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이것도 소중한 자아를 형성하는데 극복해 나가야 할 것들이라고만 말했다.
걱정하는 건, 학생들이 작성한 그 자료가 혹시라도 진실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재미로 썼는데 오해를 사서 상담의 대상이 된다면 괜히 미안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오래 관찰한 담임선생님이 그걸 판단하지 못할 리 없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모두 소중한 나를 찾겠다고 기꺼이 나섰는데, 괜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되는 사례가 된다면 이건 내 잘못이 아닌가 하는 소심증이 발동하는 것이다. 자료지 하나가 아이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겠지. 이래저래`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길이 멀기만 하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