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숫자나 퍼즐 맞추기 게임이 나오자 아들과 딸은 신이 났다. 숫자나 도형의 조합을 위해 저토록 골머리 썩는 게 재밌다니 나로선 이해불가이다. 내가 유도하는 대화에는 시큰둥하다가 하잘것없어 뵈는 숫자 놀이에 몰입하는 걸 보니 영 마뜩찮다. 오랜만에 모였는데, 내가 낄 자리는 없다.
오전에 참석했던 한 특강 중`3 +4 = ?`와`? +? =7`이 부분이 떠오른다. 어떤 이는 정답이 딱딱 떨어지는 사유체계를 좋아한다. 또 어떤 사람은 정답이야 비록 정해져 있더라도 그 길로 가는 여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자의 경우 애매모호한 것을 못견뎌한다. 그들은 정답이 두 개 이상 있어 뵈는 언어 영역을 싫어한다. 정답이 시원하게 나와야 안심이 되는 수학 과학 같은 과목을 좋아한다. 나 같은 이는 그 반대다. 수학적, 과학적 사유 체계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으니 그런 건 생각만 해도 갑갑하고 두렵다. 대신 여러 생각이 가지치기하는 인문학적 책 읽기에서는 위안도 받고 소화하기도 쉽다.
나와 성향이 완전히 다른 아이들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그들 또한 내가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일 게다. 가르치거나 강요한다고 성향이 굳어지는 건 아닌가 보다. 후천적 영향이 있긴 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성향은 선천적인 게 더 강한 것 같다. 그 선천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명랑한 소통을 모색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하다. 식구끼리도 충분히 다를 수 있고, 그건 틀린 게 아니니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