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밤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위한 최종 담판을 제의할 것이라는 무성한 관측을 깨고 스스로 사퇴하고 말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이로써 `안철수 태풍`은 일단 소멸했다. `새 정치`를 향한 그의 정치실험도 종지부를 찍었다. 안 후보는 대선판에는 오랫동안 뜸을 들이며 천천히 진입했지만, 퇴장할 때는 전광석화처럼 물러났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하는 게 정치인들의 덕목이지만, 실상 이를 실천에 옮기는 정치인은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의 퇴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양보에 이어 다시 한번 신선하다는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는 야권후보 단일화 국면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안·문 후보 캠프 협상팀의 거듭된 절충실패, 두 후보간 룰협상 담판 결렬에 이어 급기야 양측의 특사까지 동원됐던 단일화 줄다리기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파국에 이르렀다. 여론조사도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에서 두 후보 가운데 한 쪽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택했다. 그는 사퇴선언 전문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퇴 직전까지 상당한 지지율을 지켜온 대선 후보가 취하기 쉽지않은, 힘든 선택이었을 것이다. 안 후보의 선택에 대해 인색하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자신들이 목표로 내걸었던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안철수 후보로서는 이번의 후보 사퇴로 새 정치 실현을 열망하며 그에게 성원을 보냈던 많은 지지자들에게 엄청난 상실감과 배신감을 안겨준 셈이 됐다.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양 캠프가 서로 불신과 증오심을 드러낸 것도 부담이다. `반값 선거비용`공약을 내걸고 출시한 국민펀드 처리문제도 남았다. 단일화 협상이 늦어지면서 여야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별로 없어진 데 대한 책임도 가볍지 않다.
어쨌든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야권의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로 귀결됐다.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쏠렸던 새 정치의 열망을 대신 담아내는 책무를 안게됐다. 문 후보는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 범야권을 아우르는 포용력과 본선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후보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5년마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야권 후보단일화라는 정략적인 이슈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를 실종시키는 부작용을 낳는 것을 국민 모두가 목도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