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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본능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2-11-21 20:39 게재일 2012-1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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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엄마라는 사실을 잊고 살 때가 있다. 결혼했다는 것과 남편이 있다는 것까지는 입력이 되는데 `엄마`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하루 종일 뭔가 얽힌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긴 하다. 그것이 자식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면 좋겠는데, 엉뚱한 사유들 때문이니 그게 문제다. 언제나 개별자로서의 자아가 모성을 가진 자로서의 나를 앞선다.

보통 `엄마`라면 어떤 상황에 있건 자식 생각이 우선이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족쇄가 되니, 한 번쯤 아이들에게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나는 엄마라는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딸이나 아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그제야 아참, 내가 엄마였지, 하고 당혹해한다.

아이들이 아프다고 하면 그 순간은 진심으로 맘이 짠하다. 그 맘이 하루 종일 지속되면 좋으련만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밤늦게 걱정하는 남편을 보고서야 화들짝 놀라 자책한다. 이쯤 되면 혼란스럽긴 하다. 내게 모성이 없는 걸까? 모성은 본능일까, 아니면 사회화 과정의 산물일까?

스스로 생각해도 나는 살갑게 챙기고 알뜰히 보살피는 모성지상주의자는 아니다. 방임을 가장한 허용적인 엄마이고, 권위적이지 않은 시쳇말로 쿨한 척하는 엄마이다. 자식에게 밀착하지도 집착하지도 않는다. 엄마가 이래도 되나 싶을 때도 있다. 모름지기 엄마라면 그 무엇보다 자식을 최상의 자리에 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혼란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얻은 결론은 결코 나는 모성이 없는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사실. 모성은 이러이러한 것이라고, 사회가 정해놓은 방식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고 모성이 없는 건 아니다. 모성을 천성이나 운명의 자리로 묶어두려는 사회적 억압 구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 모성을 의심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들어낸 모성 신화를 버리고서야 다양한 모성 모델이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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