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25개 태풍의 영향권에 있다는 타이페이시는 회색도시였다. 수많은 태풍으로 비와 함께 습도가 높은 도시의 특성상 컬러풀한 색감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연재해가 많은 만큼 재난대비는 철두철미했다. 도로변 우수로의 깊이는 평균 1.5m 이상이었고, 기본 배수구외에 우수받이에 5㎝ 크기의 구멍 수십개를 뚫어 원활한 배수가 되도록 한 것은 수많은 경험에서 얻은 지혜로 보인다. 전신주를 비롯한 모든 시설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관을 위하여 대부분 지중화를 했기에 어느 도시보다 도로변은 깨끗한 느낌이었다.
타이페이시의 도로는 오래전부터 공동구를 사용한 탓에 우리와 같이 누더기가 없었다. 사흘이 멀다며 파고 되묻기를 반복한 탓에 시민들의 불편은 불편대로 울퉁불퉁 누더기 도로가 돼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언젠가는 공동구의 실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새주소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타이페이시는 관광객들이 지도 한 장만 들면 어디든지 자유여행이 가능하도록 친절한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심지어 화장실과 공원의 남은거리까지 표시를 해놨으니 얼마나 세심한 정부인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는 자전거문화가 한창이지만 대만은 이동의 수단으로 오토바이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족처럼 이용하고 있으며, 오토바이 주차장도 일반주차장이상으로 마련돼 있었다. 물론 자전거 이용객도 다수가 있고, 노란색의 임대형 자전거도 많았지만 인구 260만 도시에 등록된 오토바이가 170만대라고 하니 과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타이페이시는 야시장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5개의 전통시장과 8개의 공유시장을 공공기관에서 관리를 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품목별 집중, 상품개발, 가격표시제, 가이드 북 배포를 통해 지속적인 교육훈련과 평가, 지도를 함으로써 재래시장 활성화에 대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문화의 정착으로 낮밤 없이 시장에만 가면 무엇이든 다 있다는 이미지가 정착된 듯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최근 포항시는 중국 관광객을 유치한다며 1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세기를 띄우고 있지만 시쳇말로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일정을 서울·경주·안동에서 보내고, 포항은 호미곶과 포스코, 포스코 야경관람이 전부이고, 돈 되는 장사는 고작 호텔과 식사 몇 끼뿐이라니 답답할 노릇이다.
시민의 혈세를 들인 만큼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포항의 죽도시장도 개선만 한다면 충분한 관광 상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먹자골목의 활성화를 통하여 젊은이들이 찾아오도록 할 수도 있고, 전세기를 타고 포항을 찾는 중국관광객들에게 볼거리 먹거리를 제공한다면 자연스레 포항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타이페이시 관광에 스린야시장과 라오허시장 등 재래시장이 필수 코스가 되듯이 죽도시장 자체가 포항의 관광 상품이라는 홍보와 인식이 절대 필요하다 하겠다.
대만은 대륙을 잃은 탓에 나라사랑이 남달라 가로등과 도로의 중앙분리대에는 365일 국기를 게양한다.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지만 1년에 몇 차례뿐인 우리나라의 국기게양은 어떠한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국민소득이 해마다 떨어지는 위기의 대만이지만 그들의 엄청난 노력과 자구책 그리고 국가 위기에 한마음이 되고, 남다른 나라사랑은 눈여겨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