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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제한과 사유재산권 침해

등록일 2012-11-01 21:36 게재일 2012-11-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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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대송면은 포항철강관리공단과 인접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공단을 끼고 있다는 죄로 온갖 천대를 받아왔다. 공단에서 배출되는 대기와 수질 오염의 1차적 피해지역으로 땅값이 떨어져 부동산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도시개발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발전이 지지부진하다. 더욱이 이 지역은 해군 포항기지의 비행안전 제2구역에 포함돼 각종 건축 제한까지 받고 있다. 30평(99.2㎡) 이상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관할부대인 해군6전단과 협의절차를 통한 허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관할지자체 허가만만 받으면 가능하지만 이곳은 군부대의 고도제한 초과여부와 비행 안전영향, 군 비행작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심의를 통과해야 건축이 가능하다.

이곳의 한 주민은 “작은 건물 하나를 짓는데도 군부대의 간섭이 심하니 동네가 발전할 수 없지요. 군부대가 떠나지 않는 이상 이곳은 영원히 황무지로 남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포항 대송면 주택가와 포항철강관리공단은 군사작전을 위해 건축물 및 공작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고도제한구역에 묶여 각종 경제활동이 규제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고도제한구역에 포함된 주민과 기업체들이 헌법으로 보장된 사유재사권을 침해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유재산권은 개인 또는 법인이 소유한 재산을 자유의사에 따라 관리ㆍ사용ㆍ처분할 수 있는 권리다. 물론 사유재산권이 절대불가침의 권리는 아니다. 현대 복지국가에서는 재산권의 사회성·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헌법도 사유 재산권의 보장을 원칙으로 하지만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한다는 의무를 지워 놓고 있다. 사유재산은 공공의 필요에 따라 법률로 사용 제한이나 수용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때에는 법률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나 철강공단내 동일기업 등은 공장건설을 하면서 고도제한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포스코의 경우 사실상 법인의 사유재산권 행위에 대한 침해라 할 수 있는 제약을 받았지만 보상은 커녕 오히려 공황활주로 확장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물어야만 할 형편이다. 대송면 주민들 역시 수십년째 사유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이 아닌가.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도 경주시 역시 고도보존법의 적용을 받아 사유재산권 이용에 제한을 받아왔다. 다행스런 것은 올해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사유재산권 제한에 대한 일정한 보상 근거가 마련됐다고 한다.

포항지역에서도 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고도제한을 해제·완화하거나 특별법을 통한 보상대책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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