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이야기하는 도중 누군가 물었다. `키치`가 뭐예요? 말하자면 벽화마을에 그려진 화사한 그림이나 SNS를 장식하는 음식점 순례 사진 같은 것 아닐까요. 한마디로 보이거나 보이기 위한 것이지요. 이상하리만치 즉각적인 대답이 내 입에서 나온다.
언제 재개발될지 모르는 뒷골목 담장에 감쪽같이 고흐의 해바라기가 모사되어 있다. 그 옆으론 실제보다 더 선명한 장미넝쿨과 금세 마을을 버리고 날아갈 듯한 천사의 날개까지 걸려있다. 하지만 골목의 실체는 벽화가 보여주는 과장된 낭만을 담보하지 못한다.
저 먼 골목 끝, 한쪽다리 절단된 중년 아줌마의 목발 짚은 뒷모습과 입구 가까운 첫 집, 빼꼼 열린 녹슨 대문 사이로 폐지더미를 묶는 할머니의 손등이 이 마을 벽화의 진실이라고 말해준다. 밀란 쿤데라 식이라면 `앞은 파악할 수 있는 거짓이고, 뒤는 이해할 수 없는 진실`이다. 보이는 벽화야말로 거짓 즉 키치이고, 뒤에 숨은 목발 짚은 뒷모습과 폐지더미 위 손등이야말로 실체 즉 진실이다.
그림 뒤에 숨은 진실이 어둡거나 감추고 싶을수록 그 벽화는 총천연색을 자랑한다. 레스토랑 화려한 음식이 소셜네트워크 사진 속에서 빛난다는 건 우리들 마음이 공허하다는 증거이다. 저속하고 가짜인 키치가 아프고 공허한 실체를 위무하는 아이러니!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