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가게에 가면 영양가 낮은 음식을 먹는다는 불안감보다 더 불편한 게 있다. 근무자들의 언어 습관이 그것이다. `고객님, 이번에 새로 나온 치킨 버거세요.`, `오늘 특별세트 메뉴는 새우버거세요. 점심시간이라 할인되십니다.` 하나 같이 저렇게 말한다. 처음엔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다가 자꾸 듣다 보면 실소가 나온다.
종업원 입장에서는 고객은 왕이니 무조건 높이면 좋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친절하고 공손한 표현을 찾다 보니 높임말 어미인 `시`자를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 `-시-`는 주체의 동작이나 상태를 높일 때 쓰이는 어미인데, 기본적으로 사람에게만 쓸 수 있다. 주체의 사물까지 높여서 말하기엔 우스꽝스럽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최대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그런 언어 습관을 낳은 것이다.
햄버거 가게를 예를 들어서 그렇지 보험회사, 백화점, 병원, 은행 등 서비스가 요구되는 직종에서는 어디든지 그런 어법을 만날 수 있다. 처리하는 데 2, 3일 걸리세요. 이 옷이 더 비싸세요. 이쪽으로 가시면 병동이 나오세요. 이 상품 이율이 더 높으세요. - 과잉 친절이 베푸는 높임말 향연을 듣다 보면 피로감이 몰려온다. 대접 받고도 놀림 받는 찜찜함을 업체 측에서는 알 리 없다. 그렇게 말하라고 요구한 자도 없고, 그렇게 말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 준 이도 없는 자연발생적 화법이므로.
항공업계나 백화점 등에서 고객들의 이런 불만을 접수하고 고쳐나가고 있다니 다행이다. 이런 작은 실천이야말로 고객 감동 서비스가 아니겠나. 소비자만 제대로 높여줘도 고마운 일이다. 그들이 취할 상품까지 높일 필요야.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