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내용은 이러했다. 폴란드는 지독하게 춥다며, 라고 한 프랑스 여인이 날씨 이야기로 화제를 이끈다. 어쩌면 시인 자신일 폴란드인은 멋들어지게 대답하고 싶었다. 내 조국에는 시인들이 장갑을 낀 채 시를 쓰고, 달빛이 방안을 비출 때 비로소 장갑을 벗는다고. 시 속에는 황량한 부엉이 소리와 바다표범을 기르는 어부들의 노래가 있다고. 꼭 밟은 눈 더미 위에다 잉크 묻힌 고드름으로 서정시를 새긴다고. 물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은 직접 도끼로 호수에다 바람구멍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시인은 프랑스어로 `바다표범`이 생각나지 않고 `고드름`과 `바람구멍`도 확신할 수 없다. 그리하여 `폴란드 거기는 무척 춥다면서요?` 라고 묻는 여인에게 저토록 섬세한 시 대신 `뭐, 대충 그렇죠.`라고 짧고 냉랭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외국어 낱말로 시적 심상을 표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시인은 말하고 싶었겠지만 나는 바람결처럼 자유자재로 언어를 다루는 그녀의 서정적 확신에 심장이 떨렸다. 추위를 견디며 시를 쓰던 쉼보르스카를 상상하느라 서툰 외국어 때문에 소통에 힘겨워하는 그녀는 뒷전일 정도였다. 모국어로 충분히 좋은 시를 썼으니 까짓것 외국어 낱말에 좀 서투르면 어떤가.
평범한 우리말 단어 하나도 제대로 주무르지 못하는 건 내 안의 정서가 외국어 낱말처럼 서툴기 때문이다. 두껍게 언 마음 호수에다 도끼로 바람구멍 한 점 내고 싶다. 그리하여 장갑 낀 쉼보르스카 여사처럼 바다표범과 고드름을 맘껏 불러내고 싶다. 은밀한 결구로 화룡점정 하나 찍지 못하는 불면의 밤이 또 가고 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