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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도종환 vs 정치인 도종환

등록일 2012-07-10 21:13 게재일 2012-07-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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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사랑을 노래한 서정적인 시로 유명한 도종환 시인이 19대 총선에서 국회에 진출하면서 논란이 일고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중학교 국어 검인정 교과서에 실린 도 시인의 작품을 빼라고 해당 출판사들에게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 시인의 작품을 싣고 있는 8개 검인정 교과서 출판사들은 삭제를 놓고 고민중이라고 한다.

문제는 교육과정평가원의 삭제 권고가 명확한 기준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평가원은 “교육과정에서 특정정당이나 종교, 인물들을 선전하거나 정치적 또는 개인적 편견이 담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며 `수정·보완 요청`의 이유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도 시인은 “국회의원이 됐다는 이유로 작품 삭제 지시를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인단체들도 진보·보수를 떠나 권고가 부당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권고 조치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고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문인협회 역시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쓴 작품인데 갑자기 삭제 권고를 한다는 것은 문인 입장에서는 황당한 조치”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 마디로 교과서에 실린 시들은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지 `정치인 도종환`의 작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도 시인의 작품은 지난 2002년부터 교과서에 실려 `담쟁이` `종례시간` `수제비` 등 모두 5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이 학생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정치성과는 무관한 순수 서정시나 산문으로, 지난 10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해당 작품의 문학적 평가와 검증이 이미 끝난 마당에 정치적 이유를 붙여 교과서에 싣지 마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무래도 궁색하고 옹졸하다. 만약 도 시인이 훗날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난 뒤에는 다시 교과서에 실어도 좋다고 용인해야할 것인가.

정치는 정치이고, 문학은 문학이다. 특히 제도로서의 정치와 예술로서의 문학의 경계는 명확히 그어줘야 한다. 더더구나 시비가 되고 있는 도 의원의 작품은 누가 봐도 정치적 성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문인이 정치인이 됐다고 해서 작품이 정치적 영향을 받게 하는 건 문학에 대한 몰이해이자 박해다. 이번 논란은 교과서의 작품 게재를 위한 확고한 기준이 없어 빚어진 측면도 있다. 교육당국은 차제에 그 기준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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