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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치킨게임의 결말

등록일 2012-06-26 20:47 게재일 2012-06-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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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게임이론 중 치킨게임이라는 게 있다. 2대의 차량이 마주보며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1명이 방향을 틀어서 치킨(chicken), 즉 겁쟁이가 되거나 아니면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되는 게임이다. 주로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1955년 개봉된 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주인공 짐(제임스 딘)과 버즈(불량배 두목)가 탄 자동차 2대가 절벽을 향해 나란히 질주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흔히 한 국가 안의 정치나 노사협상, 국제외교, 산업 등에서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며 갈 때까지 가다가 파국으로 끝나는 사례를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된다.

지난 1일 19대 국회임기가 시작됐으나, 여야가 개원조차 하지 못한 채 공전하면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임위원장 지분배분을 놓고 시작된 국회개원협상은 한달 가까이 끈 끝에 상임위 구성에는 의견접근을 보았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대통령 사저 구매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요구 역시 간신히 원칙적 공감대를 이뤘으나, MBC 등 `언론사 파업`과 관련된 국정조사가 막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이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 포인트 본회의`를 추진해야한다고 나섰다. 새누리당의 조바심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신임 대법관 후보자 4명이 대법관 임기를 정상적으로 시작하도록 하려면 다음달 10일까지 임명동의안 처리가 완료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늦어도 이달 27일까지는 국회의장단이 구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을 보유한 새누리당은 원포인트 국회를 주장하기에 앞서 한 달 가까이 국회개원을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비록 국회개원을 못해 국민앞에 반성한다는 뜻으로 `무노동무임금`이란 말과 함께 19대 국회의원 첫 급여를 반납하는 쇼맨쉽을 보였지만 그걸로 책임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또 여야가 만나 국정현안을 논의해야 할 국회 문을 여는 것을 기화로 상임위원장 배분과 국정조사 및 청문회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야당의 태도 역시 지탄받아 마땅하다.

여야는 한시라도 빨리 국회문을 열고 민생법안제정과 서민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더이상 치킨게임이 던져주는 짜릿한 스릴에 빠져 있어서는 안된다. 여야 지도부는 경기침체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눈이 무섭지도 않은가. 여야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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