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엽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 시조는 보통 초장·중장·종장의 3장으로 이뤄진 시절가(時節歌)이다. 이는 당대에 한창 유행하는 가조(歌調)라는 뜻이다. 그러기에 시조라는 명칭은 문학 장르의 명칭이라기 보다는 음악 곡조의 명칭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그러나 시조는 700~800년을 두고 민족의 얼과 정서를 담아 줄기차게 오늘에 이른 유일의 민족문학이다.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날로 계승·발전돼 송강 정철, 고산 윤선도, 노계 박인로 등의 대가를 비롯해 여류 황진이를 배출했다. 그 이후 영조시대의 김천택의 청구영언을 효시로 김수장의 해동가요 등의 시조집이 쏟아져 나왔다. 현대 시조라 할 수 있는 육당 최남선, 가람 이병기, 노산 이은상 등이 현대시조의 주역이다. 최근대에 와서는 이호우, 김상옥, 이태극 등의 문인들이 시조 전문지인 `시조문학`을 이끌어온 시조시인이다. 본래는 시조를 단가라 불러 장가(고려가요, 경기체가)에 비해 짧은 형식의 노래로 영조때 가객(歌客) 이세춘이 시조라 불렀다. 요즘 시조라 하면 가락이나 곡조는 전혀 없고 작품내용의 호칭으로만 쓰이고 있다. 과거의 시조의 내용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지인(知人)들과의 사랑과 이별이 전부였는데 자연을 그리워 시를 지어 산촌과 농경의 삶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국정을 염려하고 임금에 대한 충절을 읊은 것도 많았으며 그 가사속에 박힌 희노애락의 깊은 정들이 우리의 생활에 깊숙히 배인 애환도 많이 있다. 고시조에서는 연시조인 경우 불과 몇몇 작품에만 제목이 있었지만 현대시조에는 반드시 제목을 붙이는 것이 상례이다. 그리고 시형(詩形)의 배열이 비교적 자유로워 정형시에 얽매인 때와는 다르게 유형이 변하고 있다. 감각적 표현도 애용돼 외면세계를 다루고 내면세계의 인성의 심층묘사나 사상성을 다루기 위해 메타포(Metaphor)를 즐겨 쓰는 우리 문학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