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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무상보육 대란

등록일 2012-06-14 21:40 게재일 2012-06-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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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이 시행 6개월도 안돼 중단위기에 놓였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만들어낸 표퓰리즘 정책의 결과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31일 0-2세 보육비 지원을 `소득 하위 70%까지'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한 예산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절반씩(서울시는 지자체 80%, 중앙정부 20%) 보육비 지원을 분담하게 됐다. 하지만 지자체는 금년 예산을 이미 확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로 발생한 보육비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반발했다. 급기야 지자체들은 분담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을 세워야 하나 추경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보육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보육대란'으로 나타나게 됐다. 서울시의 경우 시비 1천320억원과 자치구 부담금 670억원 등 2천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오는 8월부터는 보육료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한다. 부산·광주·경북·충남북·강원·울산·인천 등 다른 지자체들도 차이는 있으나 8-9월부터 연말까지 보육료 지급재원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다.

영·유아 무상보육이 중단위기를 맞게 된 배경에는 한마디로 무책임한 정치권이 자리하고 있다. 무상보육은 출산율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와 관계되므로 긍정적 측면이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만 2세 미만의 영아는 가정보육이 바람직한 데도 정부가 돈을 대면서 시설보육을 하도록 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무엇보다 무상 시설보육 발표가 나자 영아시설 이용률이 2009년 50.5%에서 30% 포인트나 증가했다고 한다. 전업 주부조차 자녀를 교육적으로 좋지 않은 시설에 맡기도록 유도한 꼴이다. 이러니 당초에 17만명으로 잡았던 지원대상자가 13만명이나 늘었고, 3천700억원으로 예상했던 중앙정부의 예산만 2천800억원이 증가했다.

더구나 정치권은 무상보육에 소요될 재원의 절반을 감당할 지자체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실책을 범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예산 자립도가 낮은 데다 최근 계속된 경기부진으로 지방세 수입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년 급증하는 복지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자체에 예산 확보 대책은 마련해주지 않고 부담만 떠넘기고 있으니 지자체들이 감당할 이유도, 방법도 없다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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