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문화 유적지를 답사하다 경북 성주에 들린 적이 있다. 들판에 비닐하우스의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참외하우스 단지다.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종과일로 전국 생산의 60% 이상을 재배한다는 농가를 방문했다. 영농가의 말로는 “참외는 우리 민족의 과일”이라고 열을 올리며 설명한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벗어나면 보기 힘든 토종 과일이기 때문이라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 중국에도 없으며 오로지 한국이 그 원산지라고 한다. 과거와 달리 여름 과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사시장철 참외를 맛볼 수 있어 그 인기도는 언제나 한결같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에게,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국 참외가 수출돼 오히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과일로 변한 것이다. 참외가 민족 과일이라는 것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짓이 아닌 참`외`인 것이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것으로 `오이`의 준말이라고 나오나 오이와는 모든 것이 다르다. 모양은 물론이요, 품위와 당도가 달라 값의 차이도 엄청나다. 참외라는 이름을 한자로 풀어보면 우리 조상들이 참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인식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 한자로 오이과(科)를 쓰는 과일이나 채소가 몇가지 있다. 참외로 그중에 하나인데 진짜라는 뜻에서 진과(眞科)라고도 한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오이라고 하는 채소는 토종의 진짜 오이가 아니라 서역 오랑캐 땅에서 전해졌다는 뜻에서 호(胡)과다. 호박은 남과(南)과이고 원산지가 남미이다. 그래서 남쪽이란 뜻이고 사과를 서(西)과라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참외는 우리에게 단순한 과일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남녀노소, 빈부귀천 없이 누구나 먹었던 과일이다. 빈부귀천없이 누구나 먹었던 과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보릿고개를 맞은 농민들은 가을에 벼를 수확할 때까지 식량이 부족하면 밥대신 먹는 양식이기도 했다. 노랗고 고운 빛깔이 일본인에게 매료되고 있는 과일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