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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이 무너지면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4-20 21:35 게재일 2012-04-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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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 국민학교 때와는 달리 전공 선생님이 모두가 다르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 맞이하는 선생님의 성품을 몰라 긴장된 사람들이 많았다. 전공 선생님 중 가장 학생들이 두려워 하고 위엄이 있어 보이는 선생님은 체육교사이다. 생긴 모습도 우람하고 목소리도 차랑차랑해서 겁부터 먼저났다. 처음의 수업시간에 훈련시키는 것이 도열이다. 넓은 운동장에 60여명을 모아 놓고 키 큰 선두가 기준이 되어 좌우의 열을 맞추는 훈련이 긴장된 시간이었다. 기준이 옮겨감에 따라 그 이하의 줄도 기준에 맞춰 신속하고 반듯하게 정돈하는 수업인데 한 눈 팔다 대열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생겨 전체가 기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위기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위기가 밖이 아니라 내부에서 생겨난다. 나라의 흥망성쇠도 내부에서 일어나고 막강한 제국들도 나라 안의 문제로 무너지는 사례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내부의 기강이 해이되고 기준을 잃으면 나라는 망하게 되고 정권은 무너지고 만다. 나라나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경제적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데모대에는 물대포가 난무하고 국회안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것은 뭔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고급관리들이 부정부패에 휘말려 뉴스시간이면 매일같이 경찰이나 검찰에 불려가고 누구는 몇 년 형을 받고 받은 액수가 수 억원이지만 대가성이 없는 거라고 한 쪽에서 발뺌만 하고 있다. 경제는 위축되고 정치는 혼란스러워 국민들만 불안한 가운데 양극화만 점점 벌어지고 있다. 큰 사건이 일어나도 책임질 사람은 없고 `나는 모르는 일이다`로 일관하고 있다. 안정된 사회일수록 가치판단에 갈등이 적다. 내가 하면 잘 한 것이고 남이 하면 국익이 생기는 일이라도 흠집을 내고 결사 반대하는 풍조는 기준도 없을 뿐더러 그 기준이 흔들린다는 것이 뻔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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