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간섭과 제한을 받고 성장해 간다. `하라`는 것 보다는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 너무 많다. 떠들지 마라, 울지 마라, 동생 때리지 마라 등 통제가 너무 심했다. 기독교 교리인 십계명에도 아홉가지는 하지마라 이고 `하라`고 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집에서도 전부가 하지마라 인데 오로지 하라고 하는 것은 공부 뿐이다. 한 때 3불(三不)정책이란 것이 있었다. 대학입시에서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의 세 가지를 금지하는 교육정책이다. 본고사는 대학이 정부가 허용하는 논술이나 면접 외에 자체적으로 주요과목에 대한 시험을 보는 것이다. 고교등급제는 학교 사이에 존재하는 학력격차를 입학 사정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여입학제는 대학에 기부금을 내거나 대학 발전에 도움을 준 사람의 후손에게 특례입학을 허용하는 것이다. 본고사는 고액과외를 부추기고 고교 등급제는 학교를 서열화 하며 기여입학제는 부유층에 특혜를 줘서 불평등을 조장할 것이란 이유로 강제로 금지한 것이 3불이다. 정책을 수립한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 팽팽하게 대립되어 오랜 세월을 끌고 왔다. `3불`을 둘러싼 논쟁은 다분히 이념적인 것이었다. 여야가 대립된 처지에서 찬성과 반대가 엇갈려 오랜 시간 논쟁만 해왔지 어느쪽 우세한 곳이 없다. 지지하는 쪽과 폐지하는 쪽은 기회균등과 평등을 앞세우고 반대쪽은 자율과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지향점 자체가 달라서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격론이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 생긴 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물수능`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쉬워졌다. 교과부는 앞으로도 수능을 계속 쉽게 출제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 고교 내신 평가방식이 지금까지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게 된다. 교육정책이 한 해도 몇 번씩 바뀌고 갈팡질팡이다.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도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믿을만한 정책으로 교육의 지표를 기대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