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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으로 항변해요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4-16 21:16 게재일 2012-04-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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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는 것처럼 꾸며 내는 일을 궤변이라 한다. 최근에 발간된 책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번역서가 화제다. 인지심리학에 입각해 인간 정신력의 한계와 인간의 무지를 경고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 같은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인간은 흔히 자기가 보려고 하는 사물에 주의를 집중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주의력 착각`에 빠져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려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교훈은 인간 주의력과 기억력의 한계를 지적하며 인간의 주지주의적 오만함을 일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을 조금 달리 해석하면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남남갈등`에 적용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남갈등이란 한국 사회에서 여러 쟁점에 대해 여론이 나뉘며 분열하는 이념적 갈등의 제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남남갈등이 일상화돼 있다. 한 가지 예가 천안함 피폭 사건이다. 사건 초기부터 언론에는 갖은 소문들이 난무했다. 심지어 현정부와 미국의 합작에 의한 조작설까지 제기됐다. 그후 4개국 국제전문가가 포함된 민군합동조사단이 최종 발표를 통해 북한의 소행임을 확인하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음에도 우리 사회엔 여전히 천안함에 대한 뒷소문이 정가와 사회단체에 떠돌고 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친북이나 종북단체의 궤변으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믿으며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주장을 고수하는 이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념 지향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우리의 안보를 되돌아 보고 슬픔을 당했던 유족을 위로하고 함께 사는 진정한 동족의식을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궤변은 억지요, 인정하지도 않고 통하지도 않으며 믿는 사람도 없다. 억지는 무리요 무식이며 현명치 못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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