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에 걸려 산재를 신청한 근로자는 22명에 이른다. 이 중 18명은 산재 인정을 못 받았고,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판정이 계류된 상태다. 산재인정을 받지 못한 18명 중 10명은 소송 중이라고 한다. 1990년대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김씨는 당시 벤젠 등 화학물질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산재 판정의 근거다. 반도체 사업장 근무 환경과 김씨가 걸린 질병 사이에 연관성이 인정된 셈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산재 판정이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의 산재 인정 범위를 크게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유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삼성전자 측은 근로복지공단의 이번 산재 판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명확히 확인한 것은 아니고 영향 가능성만을 토대로 산재를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는 퇴직 근로자에 대해 산재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은 산재 인정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력에 걸맞지 않은 산재다발국이다. 근로자가 일하다 얻게 되는 질병이나 사고의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산재 인정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반도체 근로자가 앓는 백혈병 등에 대한 산재 인정은 여전히 인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산재 판정을 한결 유연하게 함으로써 근로자들이 그만큼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