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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역 우스크다라와 아이스크림 돈두르마

등록일 2012-04-13 21:44 게재일 2012-04-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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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게 달콤한 터키의 맛이란…
▲ 보스포루스 해협

돌마바흐체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닿아 있다. 창문을 열면 출렁이는 물결을 볼 수 있는,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한 궁전이다.

돌마바흐체 궁전을 나온 노군, 손군, 오군과 함께 난 보스포루스 해협을 바라보며 “저기 있는 배 있잖아. 저걸 타 보자고. 저 배가 아시아 지구로 가는 배야.” 내 의견에 셋은 나와 함께 우스크다라로 가는 돌무쇠(배)에 몸을 실었다. 돌무쇠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흑해에서 마르마라 해로 흐르는 30Km의 물길이다. 유럽 지구와 아시아 지구를 가르는 물줄기다. 갈매기들이 따라온다.

▲ 갈매기에게 먹을거리를 던지는 터키인

보스포루스 해협 건너 만난 터키 민요의 배경 `우스크다라`

신도로 꽉찬 술탄 모스크… 전형적인 터키풍 옛집도 즐비

혀 끝서 스르르 녹는 얼린 과자 `돈두르마` 이국의 맛 물씬

돌마바흐체 궁전이 은빛으로 작아지는 선상에서 오군이 입을 연다. “터키 음식 맛 기행은 어때요. 터키가 세계 3대 맛의 나라잖아요.” 참, 좋은 아이디어다.

내일이면 우린 이스탄불을 떠난다.

이스탄불 - 멋진 이스탄불, 볼 것 많은 이스탄불…. 느낄 것도 많은 이스탄불!

오래 전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무크란 소설가의 `내 이름은 빨강`이란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익으며 난 이스탄불 골목을 상상했다. 그 상상 속에 이스탄불 거리를 배회하곤 했다.

`내 이름은 빨강`이란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 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 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1591년의 이스탄불 풍경을 세밀화 그리듯 그린 이 소설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문명충돌을 탐정소설처럼 쓴 소설로 많은 독자들을 확보한 책이다. 이스탄불 거리를 걸으며 난 그 소설의 내용 중 `훌륭한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우리 마음속의 풍경까지 바꿔놓는다`는 구절에 많은 생각을 했었다.

예술의 감동은 아닌 게 아니라 봄비 뒤 푸르러 가는 산과 들처럼 푸른 싹 틔우는 그런 깊이가 있어야 한다.

“터키에서 맛볼 것들…….”

▲ 터키의 대중 음식 - 빵, 시미트

`시크` `캐밥` `커피` `돈두르마(Dondurma)` 등 많은 터키식 음식을 여행지에서 소개받고, 이미 맛본 것도 여러가지다.

오군 이야기에 따르면 `돈두르마`는 한국의 텔레비전에도 소개되었단다. 그 맛이 좋아 터키 큰 도시 곳곳에 체인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터키 음식 이름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우린 `우스크다라(Uska Dara)`로 가는 배에서 멀어지는 이스탄불 구시가지, 신시가지와 가까워지는 우스크다라를 보며 이야기꽃을 펼쳤다.

`우스크다라` 어렸을 때 난 `우스크다라`란 노래를 많이 불렀다.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참전했던 터키 군인들이 불렀던 터키 민속 노래가 우리나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노래다.

내 입에서 자연스레 노래가 나온다.

우스크다라 머나먼 길 찾아왔더니

세상에서 이상하다 전하는 말대로

거리를 걸어갈 때 깜짝 놀랐네

이렇다면 총각들이 불쌍하겠지

이 노래는 조금 빠른 템포로 리듬 어딘가에 애조를 담고 있다. 반복되는 리듬을 콧노래로 따라 부르며 대학생인 손군과 오군에 묻는다.

“우스크다라란 노래 알아?”

“처음 듣는 노래예요.”

나는 간단히 이 노래를 소개했다. 내 말을 들은 손군과 오군이 고개를 끄덕인다.

잔잔한 파도 위 갈매기들이 날개를 낮게 펼친다.

그런데 어선이 보이지 않는다. 해협을 잇는 돌무쇠에 해당하는 배와 크루즈 투어로 떠나는 배 몇 척이 보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이들의 식사에 생선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님을 상기한다.

터키인들의 식탁 메뉴는 유럽인들과 마찬가지로 빵과 과일, 치즈, 햄, 커피, 차 등이다. 우리처럼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드는 수고가 없다. 한 번 만든 빵은 며칠 보관할 수 있다. 햄과 소시지도 그렇다.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훈제와 발효를 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하면 만들고 그것을 보관한다. 냉장고만 열면 식사거리를 꺼낼 수 있다.

▲ 터키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돈두르마`

유럽 지구와 아시아 지구의 해협을 잇는 현수교가 보인다. 지도를 살펴보니 `제1보스포루스 대교`라 써 있다. 1973년 개통했는데 길이가 1.74km다.

우리나라 거제대교나, 남해대교를 건너면 섬이 있듯이 저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새로움이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 내가 건너가는 아시아 지구에 갈 수 있는 다리다. 배로 건너는 것과 다른 느낌이 올 것 같은 다리다.

돌마바흐체 부근 선착장에서 우스크다라 선착장까지는 12분 걸렸다. 우린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술탄 모스크에 들어갔다.

이슬람교도들의 생활 중 모스크는 빼놓을 수 없는 생활의 근거지다. 마을을 형성하기 전 모스크부터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슬람교도들의 방식이다.

하루 다섯 번의 기도 시간.

이것처럼 중요한 것이 있으랴. 터키는 덜한 편이다. 오래 전 파키스탄을 여행할 때 난 그들의 기도방법에 무한한 찬사를 보냈다.

해뜰 때 시작하여 잠잘 때까지 이루어지는 다섯 번의 기도 생활은 생활 자체를 종교적으로 묵어 놓는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 이슬람 사원 앞의 세면대

술탄 모스크 입구에는 기도를 하기 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있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 사람들은 이곳에서 손을 씻고, 얼굴을 씻고, 발을 씻으며 마음을 경건하게 한다.

사원 안에는 많은 신도들이 기도중이다.

입구 2층은 여자들의 기도실이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난 아직도, 아직도 즉 남녀 구별이 확실한 종교가 이슬람이란 것을 다시 확인했다.

사원을 나온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마을로 발을 옮겼다. 전형적인 터키 풍의 옛집이랄까, 그런 집들과 흰색 페인트칠한 집들이 소형 아파트처럼 눈을 끌었다. 걷는 길 앞으로 시장이 보인다. 온갖 과일과 생선, 꽃, 말린 열매들…. 낯선 풍경은 흥미로웠다.

시장은 없는 게 없을 다양한 물건들이 손님을 기다렸다. 상점 주인은 낯선 외국인을 향해 씽긋 웃는다.

아시아 지역으로 출발하는 하이다르파사역도 보였다. 꽤나 큰 역이다. 이 곳에서 출발한 기차는 한국의 부산역까지 달릴 수 있다. 물론 국경을 무시하고 달린다면 말이다.

그곳을 보곤 왔던 길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저기 마도(돈두르마) 가게 있네.”

시장에서 마을로 뚫린 길에 우리가 찾던 `돈두르마 - 마도(MADO)` 가게가 있다. 깔끔해 보였다. 우리들은 가게에 들어갔다. 케이크와 각종 과자를 진열해 놓았다.

낯선 이국인의 방문을 환영하며 주인은 메뉴판을 가져왔다. 손군은 바닐라, 오군은 딸기, 노군은 쵸크, 나는 이것들을 혼합한 믹스를 주문했다. 다양한 맛을 서로 조금씩이라도 맛보기 위해서다.

▲ 우스크다라 술탄 모스크 내부

`마도`라 일컫는 돈두르마는 밀가루와 설탕을 얇게 밀어서 얼린 과자라고 했다. 돈두르마를 작은 수저로 떠서 맛본다. 혀끝에서 스르르 녹는 단맛, 씹을 때 더한 맛을 느끼게 하는 짤진 결정체. 독특한 맛이었다. 바닐라는 흰색, 딸기는 분홍, 쵸크는 갈색, 믹스는 여러 가지 아이스크림이 조금씩 섞여 있다.

▲ 우스크다라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상점과 주인

맛을 통해 이국의 느낌을 한층 고조시킨 우린 우스크다라 선착장에서 점심으로 둥근 빵(시미트)을 샀다. 기름에 튀긴 이 빵은 터키인들이 즐기는 빵 중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제과점 아닌 길거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바퀴 달린 차에 산더미처럼 싣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판다. 값도 싸다. 우리 돈으로 몇 백원이면 굵은 팔찌로 이용해도 무난한 `시미트`를 살 수 있다.

대합실에서 토큰(선상 버스라 일컫는 이 배는 토큰을 사야 이용)을 산 우린 다시 돌바마흐체 부근 데식타스(Desiktas) 선착장으로 향했다. 어제 보았던 구시가지가 눈에 들어오고, 아시아지구 쪽으로 슬픈 전설이 남아 있는 바르크 양식의 `크즈 탑`이 보였다. 크즈 탑은 1763년 재건되어 등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2000년 가을 레스토랑 `레안 드로스`로 문을 열어 성업 중이라고 했다. 이스탄불을 한 눈으로 조망할 수 있는 돌무쇠에서 건물에 가린 탁심 광장으로 눈길을 돌린다. 다음 코스는 탁심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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