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움직이는 물체는 거리와 속도가 있다. 인간도 이 땅에 태어나는 것이 출발점이요 끝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 어릴 때는 세월이 어찌나 더디 가는지 빨리 학교 가고 빨리 어른이 되어서 세상에 하고 싶은 일들을 다하고 싶었던 세워도 누구에게나 주어졌다. 그렇게 천천히 간다고 느껴졌던 세월이 금방이다. 아이들이 크는 것 보면 노인네가 늙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흐르는 세월은 붙잡을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심지어 세월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하기도 하고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마음까지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덧없이 흘러 보낸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자본금이다. 이 자본금을 잘 이용한 사람에게는 승리가 오고 성공이 있다. 중국 고사에 소개된 시조 한 편이 있다. “어려서 집을 나가 늙어서 돌아오니/ 말소리는 변하지 않았으나 머리털이 희었구나/ 아이들이 마중나와 나를 맞으면서/ 손님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고 묻는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고 쏘아버린 화살이라 했다. 일단 가버리면 돌아올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 인생이다. 자동차를 두고 말할 것 같으면 50대는 50km, 60은 60km, 80은 80km라 한다. 하루는 천천히 가지만 한 달은 빠르고 1년은 금방이다. 가는 세월에 속도를 잘 맞춰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것들을 추구하며 생각이라도 먼 미래에 두고 하루하루를 보람 있고 신나게 사는 것이 인생의 속도를 관리하는 것이다. 롱펠로의 `언제나 5월은 아니다`라는 그의 시에서 “사라오가 젊음의 봄을 만끽하라. 나머지는 마음씨 착한 천사에게 맡겨라./세월은 진실을 곧 너희에게 전하리니/ 지난 해의 둥지에 새가 없다”는 말을 남겼다. 황금의 날들은 다 흘러가 버리고 저녁의 밤색 푸른 빛이 비친다. 목동의 가냘플 피리소리도 감추었고 새벽은 이윽고 이슬로 가득하네. 속도는 운전자가 조절한다. 편안한 안전을 위해서.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