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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을 강조하는 까닭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3-30 21:09 게재일 2012-03-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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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없는 진실한 말을 정말이라고 하고 사실에 조금도 틀림이 없고 허위가 없는 것을 참말이라 한다. 정말이나 참말이나 다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우리 민족은 과거에 남에게 많이 속고 억울하게 살아온 경험이 많은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화를 나누면 언제나 그 속에는 `정말입니까, 참말인가요`하는 말들이 많다. 그래서 우스개 말로 새 중에 진짜 새는 참새이고 깨(식물) 중에 진짜 깨는 참깨이고, 말 중에 진짜 말은 참말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뉴스가 있어 발표하면 언제나 그 뒤엔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하고 되물어 본다. 물론 그 말을 꼭 못 믿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확인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런 말은 너무 자주 쓰는 경향이 많다. 물론 가정에서 부모님 사이나 다정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고 믿을 수 있는 사건인데도 반드시 끝에 가서는 “정말”인지 꼭 물어보고 확인을 받아야 안심이 된다.

“자기, 나 사랑해. 그럼 사랑하고 말고” “정말?”“그럼 정말이지, 정말 사랑해.”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지 `정말`사랑한다는 말은 무엇일까. 그냥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할까, 아니면 믿을 수 없어서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에서 속는 일이 많고 피차간의 신뢰가 무너진 탓일까. 정가(政家)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저는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이고 정말 국민을 사랑하기 때문에 출마했습니다. 지역구 유권자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정말 존경합니다” 한결같은 연설문 속에 `정말`이란 말이 꼭 들어가야 할 까닭이 무엇일까. 후보자와 유권자들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쌓아온 관계라면 구태여 `정말`이란 말을 힘줘 말할 필요가 있을런지 의문도 간다. 양쪽 사이에 사랑한다는 의미를 확인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의 문제라면 두 사람의 관계로 끝날 일이지만 그 관계가 사회적 사이가 된다면 얘기는 신빙성이 없어지는 상투적인 것이다. `정말`의 남발은 거짓의 의심만 불러일으킨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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