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간과 쓸개) 상조(서로 비춘다)라는 말은 친구 간에 서로 진실을 털어 놓고 허물없이 사귄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죽마고우(竹馬古友)라는 것이 있었는데 어릴 때 놀이감이 업어 대나무를 가랭이 사이에다 끼우고 여러 친구들과 함께 기차놀이 하면서 뛰어놀던 친구들을 가리킨다. 중국 당나라·송나라를 연합해서 뛰어난 유학자를 당송팔대가라 했다. 그 가운데 한유라는 사람은 우정을 중시한 인물로서 그에게는 훌륭한 친구들이 많았다. 그 중 유종원은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문장을 잘 쓰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한때 정치개혁에 뜻을 두고 적극 가담했으나 그 당시 수구파의 세력에 밀려 좌천되는 불행을 겪게 됐다. 이때 그의 동료 문인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유우석도 역시 다른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유종원은 친구 유우석이 시골로 전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유우석이 가야하는 파주라는 곳은 두메산골로 살만한 곳이 못된다. 더욱니 노모와 함께는 갈 곳이 아니다. 우석이가 이 사실을 어머니께 밝힐 수가 없어서 괴로워 하고 있을 것이니 내가 대신 가야겠다.” 유종원은 즉시 황제에게 청원을 했고 그 결과 유우석은 파주보다는 환경이 좀 나은 연주라는 시골로 가게 됐다. 유종원이 죽은 후 당송 팔대가인 한유는 그의 우정에 감복해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 비로소 참다운 의리를 알 수 있다. 평상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는 서로 그리워 하고 즐거워하며 연회석상에 놀러 다니며 서로 사양하고 쓸개나 간을 꺼내 보이고 해를 가리켜 눈물을 흘리며 죽어도 배반하지 않는다고 맹세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머리카락만큼의 이해 관계가 생기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어 구해 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깊이 차 넣고 돌을 던지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런 행위는 짐승도 차마 하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위인으로 자부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