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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을 바라보며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3-22 21:42 게재일 2012-03-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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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보이는 경계선을 지평선이라고 한다면 수평선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보이는 선(線)을 가리킨다. 내륙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이유로 가끔씩 바다에 가면 잠겼던 마음이 확 트인듯 상쾌하다. 도도한 물결이 파도로 변하여 억겁을 같은 모양으로 들락날락해도 바다의 모양은 언제나 한결 같다. 먼 수평선을 향해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충동은 삶의 궁지가 너무 삭막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감포바다에서 남동쪽으로 시선을 던지면서 잠시 숙연해 지는 순간을 느꼈다. 저 멀리 일본 땅 후쿠이현 와카사만(바다가 육지로 쑥 들어간 곳을 만이라 한다)에 가면 미국 대통령의 이름과 같은 오바마시(市)가 있다. 경주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관계로 필자도 그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오바마시의 역사를 보면 오바마바다에서 북서로 잇는 경주땅 감포에서 고기잡이 소형선이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정착한 곳이 오바마이며 그들의 시조는 신라인이란 것을 힘주어 말한다. 인구 6만의 작은 도시에 사찰이 100여개나 있으며 그 중에 가장 큰 절이 불국사이다. 이것만 보아도 이상의 모든 사실이 증명되고 남는 일이다. 그들은 지금의 경주시 감포바다를 수평선으로 바라보며 수많은 인걸들이 다 지나 갔을 것이다. 푸른 수평선에 아침 해가 솟아 오른다. 거칠 것 없는 수평선 위에 윤곽이 뚜렷한 불덩이가 선혈(鮮血)을 흩어 놓은 듯 물결을 선홍색으로 물들이면서 솟아오른다. 이 광경은 언제 보아도 장엄한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화려한 자연의 섭리속에 너무도 작아짐을 느낀다. 소설가 정비석도 “항구의 봄은 줄기줄기 굽이치는 물결을 타고 바다 저쪽에서부터 찾아오는지 아득히 먼 수평선에서는 오늘도 진종일 아지랑이가 아롱거리고 있다”고 예찬했다. 인생도 부서지는 파도의 물거품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바다에 서서 먼 수평선을 응시하며 살아온 과거가 허망하지만 수평선은 말이 없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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