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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인심(人心)과 같다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3-20 22:05 게재일 2012-0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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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숲속에 바람이 일면 날씨가 변동스럽다고 한다. 갈대숲을 지나는 바람은 계절을 재촉하고 대나무 숲에서 이는 바람은 님소식을 기다린다. 우리 말인 숲은 수풀의 준말이다. 나무가 무성하게 꽉 들어찬 곳을 말하며 삼림(森林)이라고 하고 거기에는 풀, 나무, 덩굴이 한데 엉킨 곳을 가리킨다. 숲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시원한 그늘이 연상되고 갖가지 식물은 물론이요 여러 종류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서식하는 곳을 말한다. 숲에는 언제나 주변에 개울이 흐르고 새소리가 들리며 아이들의 함성이 주변을 잠재우고 있다. 태고적부터 숲속에는 귀신이 살고 또한 요정이 살며 식인종도 산다고 믿어 숲 가까이 가기를 꺼려왔다. 그래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나 페루의 마추피츄, 그리고 아마존 밀림이 늦게 인간에게 발견된 것이다. 작은 숲은 신의 첫 성당이라고 불리울 만치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곳이다. 숲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며 그 속엔 동화가 있고 전설이 담겨있다. 크고 작은 소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다. 으쓱한 속에 가지 사이로 흘러드는 쨍쨍한 볕은 우거진 풀잎에 아롱아롱 흘렀다. 이따금 우울한 소나무 끝을 스치는 바람 소리는 시원히 들리나 숲 속은 고요하여 적막감을 느낀다. 시인 박두진의 `숲`에 “찬 바람에 우수수 누렁 나뭇잎들이 떨어지면/귀뚜라미며 풀벌레들이 울고/숲은 쓸쓸하여 숲은 한숨을 짓곤한다/부우연 하늘에서/함박눈이 내리고 눈위에 바람이 일어/눈보라가 휩쓸고/카랑카랑 맵고 춥고/달이며 별도 얼어 떨고/부엉이가 와서 울고 가면/숲은 웅숭거리며/오도도 떨며 참으며/하얀 눈 위에서 한밤 내내 울었다”는 시를 남겼다. 숲에 잔잔한 파도가 이는 건 바다로 나들이 갔던 바람 한 떼가 숲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진달래 붉게 피고 두견새 녹음 따라 꾀꼬리도 와서 울고 하면 숲은 새색시 같이 즐거웠다”고 숲을 예찬한 노래들이 참 많이 남아 있다. 숲이 무성해야 새가 깃든다. 사람 인심을 말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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