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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 추억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3-16 21:27 게재일 2012-03-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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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은 산중(山中) 골짜기나 평지에서 흐르는 자그마한 하천에서 흐르는 물이다. 자연에서 시작되는 물이므로 거의 오염이 되지 않는 깨끗한 물이다. 경북의 최북단 영양군에 가서 아주 수 십년 만에 시내뭇을 건너게 됐다. 시원한 느낌도 상쾌하지만 물이 맑아 공해에 시달린 심신을 정화시키려는 기회가 참 오랫만이었다. 시냇물은 산을 만나면 몸을 좁혀 가늘어져서 바위 틈을 누벼 조용히 빠져 나가고 평야를 만나면 몸을 넓혀 소리없이 퍼져 버린다. 땅위에서의 더 이상의 전진이 불가능하면 조금씩 흐르던 물이 지하로 숨거나 하늘로 올라가 비나 구름으로 변신해서라도 다시 땅에 내려와 바다로 향하는 전진은 계속한다. 조용한 자연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로의 가락으로 노래 부르며 “햇빛에 반짝이는 자길 위로 흐르는/ 작은 시냇물은 감미로와라./ 잎새 무성한 유월/ 온 밤 내내 잠자는 숲에 고요한 가락으로 노래하는/ 숨은 시냇물 소리처럼/ 세상은 정말 아름답기만 하누나” 냇물은 귀 밑에서 돌돌 거린다. 아니, 발 아래서 사물 거린다. 그 소근거리는 소리에 입김이 섞여 있는 듯 돌아보게 된다. 척척 휘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헤치고 푸른 바위밑을 돌아 함박꽃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돌돌 굴러 내린다. 아침이라 맑음은 오히려 더해서 푸른 리본을 달고 나팔거린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조용히 흘러 내린다. 산 꼭대기에서 발원된 시냇물은 강을 향해 달리고 그 생명의 끝은 항상 바다이다. 시인 롱펠로의 경험은 “시냇물과 강물이 서로 만나는 곳에/ 나는 나의 걸음을 옮긴다./ 어쩌면 여리고 가냘픈 것 같은 성숙한 여성과 어린아이 같은 시냇물이여”누구나 자연의 흐름과 이동을 막을 수는 없지만 오히려 작고 소리없는 것이 매력의 대상이 된다. 깊숙한 솔 숲속으로 빛의 맑음을 생명으로 알고 마음이 한결 한가로와 언제나 나무 뿌리를 안고 구비쳐 흐르는 냇물의 본성은 순진무궁의 극치라 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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