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物心 양면으로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3-14 21:45 게재일 2012-03-14 19면
스크랩버튼
남에게 폐가 된다는 말을 자주 쓴다. 폐란 말은 폐단의 줄인 말로 남에게 끼치는 신세나 괴로움을 말한다. 공동체 사회에 있어서 늘 주의하고 조심하는 것이 바로 남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더욱 경계한다. 지난해 3월11일 경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한 달쯤 지나자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는 굴곡과 갈등이 심했다. 지진 직후 한국에서 과거사를 다 잊어버리고`간바레! 니혼`을 코토로 `힘내라! 일본이여`하면서 일본 돕기 열풍이 불면서 새로운 양국 관계 발전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일본 국민이 위기 극복과정에서 보여준 꿋꿋함과 질서와 양보를 보여준 국민의식에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특히 `메이와쿠 가케루나(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를 좌우명으로 여기며 사는 일본 특유의 자제력에 많은 한국인들은 깊은 감명을 받고 감탄했다. TV의 한 내용으로 쓰나미로 자식을 잃은 아주머니는 방송 리포터가 “왜 자식을 잃고도 눈물을 많이 흘리지 않느냐?”고 묻자 이 아주머니는 “난 한 명의 자식을 잃었다. 내 주변에는 자식을 두 명, 세 명을 잃은 사람도 많다. 내가 너무 슬프게 울면 그런 분들에게 폐가 된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들은 무언가 한 동안 깊이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 캠퍼스에선 일본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들이 함게 어우러진 모금 활동이 펼쳐졌다. 중앙 일간지와 대한적십자사, 그리고 몇몇 방송에서 거둔 성금이 수 백억원이 된 줄 안다. 그러나 지진이 일어난지 채 한 달도 안된 지난해 3월30일 한국이 독도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한 일본 중학교 사회 교과서들이 검정을 통과하면서 모처럼의 우호 분위기는 반감으로 돌아가 버렸다. 원전 오염수의 대량 방출을 미국에만 알리고 한국에는 통보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지금은 양국 정부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까지 형성됐다. 그들의 믿지 못할 양면성, 우리는 관망하고 있어야 하나.

/손경호(수필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