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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나눔이다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3-09 21:55 게재일 2012-03-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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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가 움직이면 소리가 나고 물체의 진동에 의해 일어나는 음파가 귀청을 울리어 일어나는 청각을 두고 소리라 한다. 우리의 내부에는 늘 두 가지의 소리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 다른 하나는 육체에서 나오는 소리, 양심은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이며 정욕은 육체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육체의 소리는 쾌락을 찾고 마음의 소리는 의무를 찾는다. 육체의 소리는 물질을 탐하고 마음의 소리는 맑고 깨끗한 것을 원한다. 육체의 소리는 거칠고 빡빡하지만 마음의 소리는 부드럽고 연하다. 한서(漢書)에 보면 대체로 물건은 그 상태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내어 우는 것이다. 초목 그 자체는 소리가 없는 것이지만 바람이 불어 흔들면 소리 내어 울고 물도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이것을 움직이면 물결이 일면서 소리를 내어 울게 된다. 단조로운 소리라고 다 우리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는 법은 없다. 어린아이의 우는 소리를 듣고 미소짓고 조용히 듣는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다. 그 울음 속에는 애정이 있고 관심이 있어 단조롭고 시끄럽게 들리지 않고 울음의 의미를 감지하려고 애쓴다.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는 너무나 많은 소리가 우리 전 심신을 뒤흔들어 놓는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또 듣고 싶지도 않은, 그리고 우리를 깜짝깜짝 놀랄 소리가 우리들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소음이라고 한다. 소음에는 미학(美學)적 의미도 없고 그저 소란스럽기만 하고 공해로 처리된다. 소리는 반드시 귀로 들을 수 있는 것만이 소리가 아닌 것이다. 피부로 느낄 수 있고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소리일 수 있다. 피부에 싸늘한 감촉이 느껴지면 그것이 곧 가을의 소리요,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이 정답게 느껴지면 그것이 곧 사랑의 소리인 것이다. 릴케의 시에 “님이여, 들으시나요/ 내가 눈감는 소리를/ 그것은 또한 당신에게까지 이르는 소리입니다/ 님이여 들으시나요/ 내가 다시 눈뜨는 소리를.”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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