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만세”… 93년전 그 날처럼 태극기 물결어린이·80대 어르신 등 500명, 송라 만세촌 광장서 재현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 두곡숲 3·1 만세촌에서는 기념행사와 함께 만세 삼창·퍼포먼스가 열렸고 퍼포먼스 전문 서예가 김동욱씨도 대전 독립기념관에서 흑룡의 해인 올해 3·1 정신의 기운을 받아 기운을 얻으라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했다.
민족의 섬 울릉도에서는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후손을 사랑하는 일본 여성이 독도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인정하게 됐다는 창작뮤지컬 `독도는 우리 땅이다`제작발표회가 열렸고 독도박물관에서는 `애국의 길, 매국의 길`을 주제로 애국과 매국 활동을 담은 사진전이 열렸다.
도내 곳곳에서 치러진 3·1절 기념 행사 순간을 화보에 담았다.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을 지키려 했던 조상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1일 오전 10시30분께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 두곡숲에 위치한 3·1만세촌 광장.
어린아이에서부터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파인 80대 노인까지 수 백 여명으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흰 두루마기를 입고 `대한민국`이 적힌 머리띠를 두른 사람들의 눈빛에는 무언가에 강하게 저항하는 듯한 결의가 가득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로 모여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다 순식간에 한 사람에게 눈길이 몰렸다. 단상앞에 선 남성은 독립선언문을 낭독했고 사람들의 만세 삼창이 시작됐다.
500여명의 사람들은 93년 전 그날처럼 하늘 높이 독립만세를 외치고 태극기를 흔들어 댔다.
대형태극기를 들고 앞서나가던 선두자들이 만세교로 명명된 다리를 지나는 순간 말을 탄 일본헌병이 이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자신들을 가로막는 일본헌병을 향해 이들은 독립만세를 외치며 일본 헌병을 쫓아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헌병이 주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가 하면 태극기 안으로 들어가는 등 희롱하는 모습을 보이자 군중들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응징에 나섰다. 격렬한 대치끝에 일본헌병을 물리친 이들은 대전3·1의거 기념관 앞에 도착했고, 독립의사들에게 헌화를 한 뒤 묵념했다.
제93주년 3·1잘 기념식 장면이다. 청하와 송라 등 인근 지역은 물론 포항 전역에서 모인 50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93년 전 그날을 재현하는 행사도 함께 열렸다. 일본 헌병으로는 포항시립연극단 배우들이 참여해 열기를 더 뜨겁게 달구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 3·1만세촌을 찾은 이기호(16·청하중 3)군은 “만세를 외치던 그분들을 직접 만날 수는 없어도 숨결이라도 느끼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당시 나이어린 학생들도 만세운동에 참가했다고 알고 있는데, 용기가 대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채림(15·송라중 2)양은 “우리 지역에 이렇게 뜻깊은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면서 “다같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니 애국심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마을 주민 이모(72) 할머니는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선열의 애국정신이 남아 있는 우리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날을 떠올리니 뜻깊는 행사인 것 같다”면서 “그날 일본 헌병들에게 목숨을 잃은 의사를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주민 김상학(78) 할아버지는 “유족의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를 찾기 위해 피를 흘린 선열들에게 매번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독립유공자의 집과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그 정신과 가치를 매번 되새긴다”고 말했다.
/이혜영기자 ktlove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