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호 포항시장, 페이스북 통해 미안한 마음 밝혀
속보=박승호 포항시장이 화장실이 철거된 판자촌 주민들<본지 21일자 6면 등 보도>을 위한 대책마련을 지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뒷 얘기와 안타까운 심경을 낱낱이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일과 관련한 간부 회의 뒷 얘기, 주민들에 대한 미안한 심정과 복지정책 계획을 담은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오늘 속된 말로 `열` 좀 받았다”라는 다소 격하지만 솔직한 어투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옛 어른의 가르침을 잊고 간부회의 때 간부들을 심하게 질타했다”며 “시민을 가족 같이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화가나 호통을 쳤다”고 밝혔다.
진심어린 글로 판자촌 주민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쪽방촌은 대부분 가난한 어르신들이 사시는 곳인데 이분들이 이 추운 날에 화장실 없이 2주 동안 지냈을 고통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시장으로서 소외계층에 대한 보고체계를 다듬고 담당 부서가 애매한 업무에 대해 매뉴얼을 손질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박 시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글을 맺었다.
페이스 북 친구들은 “시장님의 생각에 동의한다”등의 덧글로 시장을 응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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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호 시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전문오늘 속된 말로 `열` 좀 받았습니다.
옛 어른들이 절대 `격하게 화내지(폭로) 말라`고 했는데 그 가르침을 잊고 간부회의에서 간부들을 심하게 질타했습니다.
오늘 모 일간지에 난 기사가 발단이었입니다. 신문에는 포항 도심에 있는 쪽방촌에 공동화장실이 있었는데 2주일 전에 땅주인이 그걸 허물었고 포항시가 적절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부서간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땅은 국유지인데 건축업자가 실수로 철거했다는 겁니다.
확인해본 결과 기사는 사실이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쪽방촌은 대부분 가난한 어르신들이 사시는 곳인데 이분들이 이 추운 날에 화장실 없이 2주 동안 지냈을 고통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시민은 가족과 같다고 말해왔습니다. 어르신들은 부모님이고 학생과 어린이들은 자식이라고 말입니다. 당신들 가족이 이런 고통 속에 있다면 지금처럼 이러겠느냐고 호통을 쳤습니다. 당장 조치를 하고 결과를 가지고 와서 보고하라고 말했습니다.
화장실이 국유지이고 철거업자가 착각으로 일어난 일이어서 새로 짓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우선 임시화장실 2개소를 설치하기로 했고 화장실을 새로 짓는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번 일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시민들, 특히 어렵고 힘든 소외계층의 삶과 관계된 일에 대한 보고 체계를 다듬는 일과 부서간 경계가 애매한 업무에 대한 매뉴얼을 손질하는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살피겠습니다.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