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꺼내 마신다 간보는 게
안주가 되어 한 잔 술에 간 한번 본다
아버지는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나를
무릎에 앉히고 고복수의 짝사랑을 노래시키곤 했다
나는 가수가 되어 술자리마다 이끌려 다니면서
안주가 되는 노래라도 불렀지만 아버지의
취기가 절정일 때면 식구들은 숨거나 도망을 갔다
(…)
간 보는 일은
폭력 후에 스며오는 자괴감을 맛보는 일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들이 서사의 근간을 이루는 이 시에서 시인은 그 상처와 아픔의 시간들을 뒤돌아보면서 자신이 현재에 처한 처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추억에는 아득히 눈물이 묻어나기도 하고 스스로를 위무하는 시인의 따스한 마음을 훔쳐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시인>